‘병역기피’ 유승준의 고백, 차라리 다른 변명을 했다면
‘병역기피’ 유승준의 고백, 차라리 다른 변명을 했다면
  • 윤희수
  • 승인 2019.09.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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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이 ‘병역기피’에 대한 심정을 토로했다. 솔직했지만 결국 변명이었다. 도리어 그 당시 대중들이 돌아선 이유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왜 그는 자꾸만 자신의 용서를 강요하는 걸까.
 
지난 17일 SBS <본격연예 한밤>에서 유승준의 단독인터뷰가 방송됐다. 지난 2002년 유승준은 입대 전 병역논란으로 한국에서 추방과 함께 입국금지령이 내려졌다. 이후 지상파에서 그를 직접 불러낸 것은 17년만에 처음이었다.
 
유승준은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하고 군대를 간다고 했다가 가지 않은 것에 대한 배신감, 허탈함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떠밀렸던 것 같다. 군대에 가겠다고 내입으로 이야기한 적 없다. 아는 기자분이 ‘너 이제 나이도 찼는데 군대 가야지’라고 하셔서 ‘가게 되면 가야죠’라고 했는데 다음날 신문 1면에 ‘자원입대’ 기사로 보도됐다. 반박기사를 냈지만 기정사실이 됐으며 주변에서 박수치고 힘든 결정을 했다고 말하는데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주위에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에는 진짜 군대에 가려고 했다. 진심이었다. 군입대 때문에 회사와 갈등이 깊었다. 왜 그런 선택을 해서 인터뷰를 하느냐고 했다. 약속을 했지만 이행하지 못 해 죄송하다. 내가 시민권을 따려고 뒤에서 다 준비해놓고 갈 것처럼 말한 비열한 사람은 아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음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입국금지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결국에는 스스로 ‘가게 되면 간다’고 말했지만 ‘가지 않겠다’는 확실한 입장을 보이는 것에 실패했다는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은 이 이후에도 나온다. ‘진심으로 군입대’를 하려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그 이유는 아버지와 목사님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유승준은 “미국에 갔을 때 아버지와 목사님이 미국 시민권 취득을 권유하셨다. ‘병역의 의무만이 애국의 길은 아닐 거다’, ‘미국에서 살면 전 세계적으로 연예인 활동도 하고 더 자유로울 거다’라는 등 설득했다. 결정은 내가 내렸으니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시민권을 선택(취득)하는데 성인 남성이 누군가의 권유로 선택을 내렸다는 점부터 납득이 어려운데, 그 결과에 대한 변명이 먹힐 리 없었다. 그의 선택으로 입국은 금지됐고 가능하지 않은 입국을 고집하면서 본인의 ‘속상함’을 토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승준이 2015년에 입국을 위해 신청한 비자는 재외동포비자인 F-4. 단순하게 ‘입국’이 목적이었다면 관광비자만 신청해도 충분했다.
 
영리활동까지 가능한 F-4비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에서 영리활동을 할 계획은 없다. F-4비자는 변호사분이 추천해준 거다. 어떤 비자든 한국 땅을 못 밟는다. 관광비자도 못 받는다”고 해명했다. 또한 법률대리인인 윤종수 변호사는 "F-4비자가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재외동포법에 의한 비자는 F-4비자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말미에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을 사랑한다. 내 정체성이자 뿌리다”라고 어필했다.   

유승준의 억울함과 답답함이 17년만의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얼마만큼 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변함없어 보인다. 오히려 스스로 ‘병역거부’ 했다는 사실만 재확인시켰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군 입대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유승준은 ‘입대 의사 번복’에 대한 ‘배신감’을 이해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용서를 강요한다. 여기에 번복의 이유는 기자부터 목사님까지 결국 ‘남 탓’이었다,
 
유승준이 ‘스스로 내린 결정’으로 대한민국 국적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은 변함없다. 하나하나 해명은 했지만 설득은 없었다. 구구절절한 변명 끝 대한민국에 ‘정체성’과 ‘뿌리’를 두고 있다는 말이 썩 내키지 않는 이유다,
 
한편 현재 유승준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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