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참 궁상맞은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bakijoo)
[단독 인터뷰] 참 궁상맞은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bakijoo)
  • 조설희 기자
  • 승인 2020.09.30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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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맞음과 둔함을 자랑하는 아티스트가 또 어디 있을까. 스스로 ‘힙’한 것을 추구 한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 ‘힙’한 사람은 최근 본 일이 없다. 몇 마디 말에도 고유의 개성과 세계관이 단번에 드러나는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의 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왔다.  

ⓒ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 | 무단 복제·가공·도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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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그는 누구인가
 
바퀴주는 주로 레트로 풍의 도트아트를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프로듀서 딥샤워(Deepshower), 지바노프(Jeebanoff), 한요한, 19xx, 리밋(Limit) 등 국내 다양한 아티스트의 앨범 커버아트를 작업했으며 독보적인 스타일과 감각적인 그림체, 레트로한 감성으로 최근 유명세를 얻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입니다. 다양한 비주얼을 다루고 있어요. 지금은 주로 앨범커버 작업을 많이 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저것 많은 걸해요. 포스터나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많지만 당장 할 자신이 없거나 어설프게 할 바에는 하지 않아요. 생각보다 귀찮음이 많아요.
 
Q. 이름은 왜 바퀴주가 됐나요?
- 항상 듣는 질문인 것 같아요.(웃음) 제가 열아홉 살 때 마지막 야생이라는 주제의 바퀴벌레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는데, 그게 완전히 바퀴벌레의 시점으로만 화면이 나와요. 그 세상이 무척 특이하다고 느꼈죠. 저도 그렇게 다른 관점이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 바퀴벌레의 바퀴를 따와서 만들게 됐어요. 사람이 보지 않는 시야라는 점이 서브컬쳐를 하는 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죠.
 
Q. 언제부터 이 직업을 꿈꿨나요?
- 누구나 그렇듯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됐어요. 만화를 좋아했고 계속 그림을 그렸어요. 그냥 항상 뭔가를 그려왔었고 자연스럽게 지금도 그리고 있네요. 할 줄 아는 게 그림뿐이기도 했고요. 대학교는 어떻게 하다 보니 의상디자인학과를 나왔어요. 옷도 좋아하긴 했지만 알아갈수록 뭔가 그쪽은 아닌 것 같았죠.
 
Q. 의상을 전공했다가 다시 돌아오신 건가요?
- 딱히 돌아왔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의상 전공을 하면서도 그림은 꾸준히 그려왔으니까요. 그냥 그림은 언제나 그렸던 것 같아요. 

ⓒ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 | 무단 복제·가공·도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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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앨범 커버아트를 주로 하시는데작업은 어떻게 성사가 되나요?
- 보통 연락이 오는 편이에요. 아는 사람의 사람이거나 지인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고요. 다행이 이 일을 하면서 아티스트와 크게 불편하거나 어려웠던 에피소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 잘 만나지 않거든요. 그리고 제가 매사에 둔한편이기도 하고요. 일단 노래 먼저 받고 스타일이 맞으면 하고 스타일이 맞지 않아도...해요.(웃음) 다른 스타일도 경험을 해봐야 제 영역도 확장되니까요.
 
Q. 맞지 않는다거나 제일 힘든 작업은 어떤 건가요?
- 사랑에 관한 음악이요. 보통 음악들이 그렇지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이별 관계에 대한 음악이 확실히 많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저에게는 좀 어려워요. 감정에 대한 무게를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최근에 연애를 하면서 조금 생기는 것 같긴 한데, 모든 연애가 끝난 뒤에 느껴지는 그런 종말적인 감정이랄까요. 그런 무게까지는 가본 적이 없어서 감히 표현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제가 느껴보지 않은 영역에 대한 어려움인 것 같아요.

Q. 아티스트와 직접 만나지 않으신다면 소통은 어떻게 하시나요?
- 좀 죄송하긴 한데 제가 피드백을 잘 안 해요. 주로 제 맘대로 하는 편이에요. 당연히 최소한의 것들은 물어보지만 사실 그것도 참고는 잘 안 해요.(웃음) 맡기시는 분들도 제가 알아서 콘셉트를 짜주겠지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하는 작업이 사실 비슷비슷 하잖아요. 그걸 알고 의뢰를 맡기는 게 대부분이니까요. 처음에 초안을 보내주고 나중에 거의 완성작에 가까운 것들을 보여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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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트아트’ 변하지 않는 방식에 대한 예찬
 
참 특이하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아티스트. 바퀴주가 딱 그렇다. 어릴 적 남아있던 그림판의 기억이 현재로 흘러와 지금의 바퀴주를 가장 뜨겁게 움직이게 한다. 그는 자유로움 속에서도 분명한 규칙을 가지며 형용하기 어려운 자신의 세계를 논리적으로 구체화시키고 표현한다. 도트아트는 그런 바퀴주의 도구이자, 결과물이자, 정체성이 되었다. 

ⓒ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 | 무단 복제·가공·도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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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도트(픽셀)아트는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나요?
- 굳이 정한다면 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제가 초등학생 때 그림판 커뮤니티가 많았는데 당시 해상도가 도트밖에 되지 않았어요. 문득 3,4년 전 그 당시의 그림판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자연스럽게 도트아트로 온 것 같아요. 이게 픽셀아트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인 픽셀아트랑 제가 하는 픽셀아트는 조금 다른 방식인 것 같아요. 제 작품만 봐도 조금 다른 결이 보이기도 하고요. 고전 픽셀보다는 그림판 게시판을 이용하고 살려서 그리는 걸 추구해요.
 
Q. 도트아트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 사실 지금도 그림판을 쓰는 건 아니고 포토샵으로 작업을 해요. 하지만 작업 방식은 완전히 똑같아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 그냥 일일이 점을 찍는 거죠. 그래서 수정할 때도 굉장히 번거로울 때가 많아요. 매체는 변하지만 방식은 변할 수 없는 작업이죠.
 
Q. 도트아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 앞서 말했듯이 변하지 않는 방식, 고전적인 방식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 방법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말도 안 되게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최근 레트로가 다시 유행인데, 어쩌다 보니 제가 원래부터 추구하는 방식과 시의적절 하게 맞은 감도 있어요.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그런 것들에 매력을 느끼고 사니까 돌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 일단 제 나름대로 스토리를 구상해요. 가상의 콘셉트를 잡고 캐릭터를 만들고 시리즈를 부여하죠. 나중에는 이런 세계관으로 만화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런 영감은 아주 단순하게 시작해요. 그냥 그때그때 떠오르는 감정을 대상화하는 것 같아요. 저는 주로 남성체를 많이 다루는 편인 것 같고요.
 
Q. 말씀하신대로 대상에 남성체가 많은데 굳이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 이상하게 여자는 잘 안 그리게 되더라고요. 굳이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제 친오빠가 최근까지도 방황을 좀 많이 했었어요. 어릴 때는 그게 참 어딘가 짠하더라고요. 지금 제 작품의 대상이 미성숙한 청소년기의 남성이라는 걸 보면 오빠의 모습에서 많이 따온 것 같아요. 분명한 영향이 있는 거죠. 그런 상황들을 스스로 이해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그런 시간들이 잘 지나갔고요. 

ⓒ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 | 무단 복제·가공·도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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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퀴주오늘도 궁상맞은 삶을 위해
 
직장인과 아티스트의 경계에서, 스물여덟 살의 바퀴주는 점점 더 사람으로서 성장 중이라고 말한다. ‘바퀴주’의 지키고 싶은 신념과 직장인 ‘박현주’의 현실 속 고민들은 무엇일까. 그는 결국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Q. 프리랜서였다가 지금은 회사를 다니신다고 들었어요
- 네 의류회사를 다닌 지 3개월 정도 됐어요. 뛰쳐나가고 싶은데 참고 있죠.(웃음) 사람과 관계를 다루기가 어렵더라고요. 저는 원래 그렇게 까지 사람들에게 감정을 쏟지 않는데 회사는 그러면 안 되는 곳이니까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제 에너지를 많이 뺏기는 편이기도 해요. 그래서 좀 힘든 것 같아요.
 
Q. 그래도 처음 회사생활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 그렇죠. 예전보다는 체계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친구들이 항상 저에게 ‘유리성에 사는 사람’ 같다고 말했거든요. 사회에 나가보니까 확실히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사회에서는 바퀴주가 아닌 박현주로 사는 거니까 그렇게 살아보니 삶과 미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그전에는 내가 하는 게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그게 가장 중요했어요. 물건을 구매 할 때도 사고 싶은 것을 두고 고민한 적이 없었죠. 제가 부자라는 건 절대 아니고요.(웃음) 그런데 이제 조금씩 미래를 생각하면서 고민할 줄도 알고 생각이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일러스트레이터 바퀴주 | 무단 복제·가공·도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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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러스트레이터로 살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꼽아 보자면요?
- 프리(랜서)를 하면서 느꼈지만 언제나 늘 성취감은 있어요. 음악은 손에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잖아요. 제가 그걸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거니까 늘 성취감은 있어요. 어디 가서 나는 비주얼을 작업 한다고 말하는 게 그걸 뜻하기도 하고요.
 
Q.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심플해요. 신념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회사를 다니는 건 사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데, 제가 하는 일을 유지하기 위함이기도 해요. 저는 돈 안 되는 뻘짓을 장기적으로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거든요. 그렇게 궁상맞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궁상맞음’이니까요. 그게 방구석 문화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하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일단 제가 구구절절하고 말에 효율이 없어서 죄송해요.(웃음) 저를 소개하는 글에 ‘코딱지 같은’이라는 말이 있어요. 코딱지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작고 하찮고 것들이지만 은근히 거슬리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요. 그런 단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딱 그 정도의 관심으로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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