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준열, 익숙하고 늘 새로운
[인터뷰] 류준열, 익숙하고 늘 새로운
  • 이수민 기자
  • 승인 2019.09.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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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바쁜 배우가 있을까.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작품이다. 분기가 바뀔 때마다 극장에서 보는 얼굴인데도, 류준열은 늘 새롭다. 장면마다 담백하게 스며드는 연기력과 모든 캐릭터를 제 몸에 맞게 재단하는 그에게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란 없다. 류준열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연기한다.
 
Editor 이수민 | Photo ㈜쇼박스

 

1920년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의 역사를 그린 영화 <봉오동 전투>의 개봉을 앞두고 배우 류준열을 만났다. 그는 극 중 비범한 사격 솜씨를 가지고 있고 독립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뜨거운 독립군 이장하 역을 맡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과 캐릭터를 거쳐 왔지만 역사물은 그에게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 생애 첫 독립군, <봉오동 전투>가 특별한 이유
 
류준열은 이번 <봉오동 전투>에 대해 “제가 찍은 작품 중 가장 과거로 돌아간 작품이다”라고 웃으며 운을 뗐다. 독립군이라는 새로운 배역을 맡게 된 소감에 대해 “이전에 군인이 연기하기 어려운 배역이라는 말을 들었다. 특히 이장하라는 캐릭터는 또 다른 독립군인 황해철(유해진), 마병구(조우진)와 다른 결을 가진다. 어떤 부분들을 섞고 표현해야 하는지, 감독님이 원하는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장하는 정규 교육을 받은 독립군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뚜렷하게 알고 있고 자기의 감정을 철저히 숨기고 나라를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봉오동 전투>에서 이장하는 인간미 넘치는 다른 독립군들과 달리 묵묵하며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무수한 인물들 중 유일하게 가족에 대한 서사를 부여받은 역할이기도 하다. 처음 맡아보는 군인인데다, 대비되는 인물로서 중심을 잡아야 했던 류준열은 “워낙 베테랑 선배님들이 인간냄새 나는 캐릭터를 맡고 그 안에서 튀어야 하니까 분명히 걱정되는 지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연기를 하면서도 다른 역할과 잘 안 섞이는 걸 지양하는 편인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고민이 됐다”라며 “그런데 그런 느낌을 감독님은 좋아하시더라. 또한 선배님들의 덕을 무척 많이 보기도 했다. 내가 캐릭터를 만들면서 애쓰는 것들을 다 알고 계시더라. 다양한 애드립으로 상대배우 캐릭터를 만드는데 공을 들이셨다. 왜 베테랑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역사적인 의미가 깊게 깃든 작품인 만큼, 류준열은 당시 실제 ‘봉오동 전투’에 대한 사료들을 찾아보았고 한동안 역사공부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촬영 전과 후의 기분은 또 다를 터, 최근에 역사책을 다시 꺼내 본적이 있냐는 물음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찾아보지는 않았다”라고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이어 “사실 속상한 부분은 자료가 많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남아있는 자료가 극도로 적고 저번 제작발표회에서 감독님께서 말했던 것처럼 이 시대는 상대에게 역사로 기록되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었다. 상당히 속상하고 참담한 일이다. 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아쉬운 마음이 크다”라며 속내를 밝혔다.

 

◆ ‘국찢남’ 최고의 찬사이자 수식어인 이유
 
냉정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독립에 대한 뜨거움으로 가득 차 있고 총명한 눈빛을 가진 이장하 역을 류준열은 많은 노력과 연구 끝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탄생시켰다. 덕분에 마치 ‘그 시대에 존재했던 사람 같다’는 평을 얻으며 ‘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의 줄임말 ‘국찢남’이라는 별명이 새롭게 붙여졌다.

류준열은 ‘국찢남’이라는 말에 밝게 웃으며 “상당히 좋아하는 별명이다. 다양한 연기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 내가 정말 와 닿았던 말은 원래 거기에 있던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도 원래 거기에 있던 사람처럼 연기를 하기 위해 애썼는데 ‘국찢남’이라고 불러주니까 그것만큼 최고의 칭찬이 없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봉오동 전투>의 매력을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승리의 역사’라고 꼽았다. 얼핏 들으면 의아할 수 있지만 영화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저항의 시대에서 일군 첫 승리와 그것을 이끈 무명의 독립군을 기억하는데 의미가 있다.

류준열은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를 보면 너무 슬프지 않나. 상처나 아픔의 이야기를 주로 말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봉오동 전투>는 승리의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매력을 가진다”며 “덧붙여 희생에 대해서도 말을 하고 싶다. 그 시대 첫 승리로 기억되는 대단한 역사인데 그 승리를 이끈 수많은 독립군에게는 이름이 없다. 그저 숫자로 기억되는 것이 속상하다. 이런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고 작품으로 하여금 한 번쯤 희생을 떠올려준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생각 한다”며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늘 나는 내 영화를 잘 못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영화가 탄생한 것 같아 기쁘다. 무엇보다 승리의 역사가 잘 표현이 됐고 개인적 인물에 대한 감정보다는 우리 모두의 감정, 시대가 원하는 감정이 배우의 얼굴을 통해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 쉴 때도 바쁜 남자, 류준열
 
지난해 영화 <택시운전사>와 <독전>을 통해 극명한 온도차의 캐릭터를 소화했던 류준열. 올해는 영화 <돈>, <뺑반>에 이어 <봉오동 전투>까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제는 한 번 쉴 때도 되지 않았냐는 물음에 “이상하게 잘 안 쉬어 진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촬영 때는 매일 같은 루트로 하루가 돌아간다. 촬영이 없고 쉬는 기간이 생길 때는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다 하게 된다. 영화도 봐야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공부해야 될 것도 너무 많더라. 오히려 너무 바빠서 쉴 때 더 스트레스 받는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류준열은 최근에 다양한 작품을 해온 만큼 대중적 인지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줄 수 있을 만한 배우로 성장했다. 그런 만큼 작품을 고르는 눈도 꽤 까다로워졌을 터, 실제로 작품을 선택할 때 자신의 영향력을 고려하느냐는 물음에 “특별히 고려해서 고르는 것 같진 않다. 그때그때 내 가슴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함께 했던 것 같다. 물론 여러 가지 여건이 맞아야 하는 것도 크다. 나는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한다. 끌리는 대본이 있으면 끌리는 대로 선택해서 찾아가는 편이다”라며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 데뷔 5년차 배우, 짧기도 길기도한 시간동안 류준열은 굵직한 필모그래피와 함께 착실하게 기반을 다져왔다. 현재에 본인을 돌아봤을 때 그가 생각하는 자신은 어떤 배우일까. 류준열은 “누구에게도 익숙하고 싶지 않은 배우이고 싶다”라며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순간순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뒤를 돌아보기보다 현실을 열심히 사는 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뒤를 돌아보자면, 익숙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으려고 하고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 영화를 찾아서 보러온 분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우로서의 수명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익숙하지 않으려고 노력 한다”며 솔직함을 보였다.

“작품을 오래 하다보면 분명히 에너지가 부족해 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는 방식이 나름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에너지로 채웠기 때문에 좋은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대중들과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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