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승원이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유연하게’
[인터뷰] 차승원이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유연하게’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09.10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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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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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고 가을 문턱에 왔다지금 이 날씨대로만 살고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지내고 싶다고 했다. 한 때 치열하게 매달렸던 적도 있지만 세월을 겪고 경험치를 쌓으며 차승원은 유연해지는 법을 배웠다. 어느 현장에서도 차승원 만의 편안함은 늘 빛을 발한다. 본업인 영화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차승원이기에 나올 수 있는 매력이, 오롯이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안에 담겼다.
  
◎ 차승원, 12년만에 코미디로 컴백한 이유 
  
배우 차승원이 주 장르인 코미디로 돌아왔다. 영화 <이장과 군수>(2007)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등 2000년대 초중반 코미디 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차승원의 복귀는 영화 팬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스페인 하숙> 등을 통해 준예능인으로서의 모습이 대중들에게 더 친숙했기에 본업 귀환이 더욱 반갑다. 
  
12년 만에 차승원을 코미디 장르로 이끈 작품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하 <힘내리>).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이 어색한 초보 부녀로 만나 예기치 못한 여정 속에서 솟아나는 핏줄 케미를 유쾌하게 다룬 힐링 무비다. 2003년 국민적인 트라우마를 안긴 대구 지하철 참사 실화를 바탕으로 사고의 아픔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차승원은 극중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 전직 소방관 철수 역을 맡았다. 

사진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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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분명 코미디인데 드라마 줄기로 보면 감정선이 굉장히 짙다
A. 그동안 코미디 영화를 많이 했지만 희화화하거나 이용하는 지점을 많이 경계했었다. 아마 <힘내리>의 코미디가 세지 않았던 이유일 텐데, 코미디가 강했다면 찍으면서도 알 수 없는 반감이 들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실화다보니 연기면서도 힘든 점들이 있었다. 후반부에 센 감정이 휘몰아치는데 후천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의 심리나, 그 사이사이에 또 환기되는 지점들이 장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힘든 점이 많았다. 
  
Q. 자칫 잘못했다간 희화화 돼 보일 수 있으니 장애연기 수위 조절이 중요했겠다
A. 수위를 조절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결과물보다 좀 덜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것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잘 안 풀린다. 더 했어야 했나, 덜 했어야 했나에 대한 의문. 당시엔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연기한 거다. 중반까지도 계속 고민했었다. 

사진 = 양언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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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제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샛별과 함께하는 컷에서 감정이 올라왔을 것 같다
A. 사람은 경험이 참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아마 자식이 없었다면 안 나왔을 감정들이지 않을까. 샛별이와 함께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Q. 코미디 장르로 홍보가 됐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A. 그것 역시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닐까. 어떤 장르든 유머가 있는 게 좋다. 비틀어진 웃음의 블랙코미디라도 말이다. <힘내리>는 그런 감성은 분명 아니다. 코미적인 부분도 예전과는 다른 게 있다. 코미디로만 포장했지만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왜 안 웃겨?’ 라는 생각 보다는 뒷 부분 이야기까지 다 보신 후에 방점을 찍고 행복하게 극장을 나오셨으면 좋겠다. 

사진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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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차승원내려놓음의 미학 
  
차승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내려놓는 법에 대해 배운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과거 로맨스나 장르물에서 보여줬던 차승원표 스타일리시 연기를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더 이상 무언가에 얽매이거나 파고들지 않으려고 한다고.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내줄 수 있는 감독과의 작업을 기다리며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기반으로 매일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Q. 현장에서 체감할 만큼 달라진 습관들이 있나 
A. 예전에는 현장에 관여를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크게 준비를 안 한다. 그냥 가서 한 번 해보는 거다. 준비성이 부족하고 성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전에는 하나하나 다 준비해갔는데 내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상황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래야 내가 연기를 덜 하게 되더라. 그 과정이 계속 필요할 듯 싶다.
  
Q. 바뀌기로 한 계기가 있나
A. 치열하기만 해서 좋은 게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조건적인 치열함은 나에게도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도 안 좋다. 예전에는 대사, 동선 다 맞췄는데 준비한대로 안 되면 그에 따른 보상심리가 생겨 날카로워진다. 그 순간은 내가 내 몫을 다한 것 같아서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길게 보면 또 아니다. 열심히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내려놓고 덜하는 과정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 준비하되 준비한 걸 티내지 말고 다른 사람이 준비한 게 더 좋으면 그걸 따르는 유연함, 연기는 그렇게 해야 하는 것 같다. 

사진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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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벌써 20년 경력의 배우가 됐다혹시 배우로서의 고민이 있나
A.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지금처럼만 계속되면 좋겠다. 인터뷰하거나 내가 방송에 나가는 게 홍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주변 사람들이 상처 안 받고 평온하게 갔으면 좋겠다.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지금의 이 날씨대로만 갔으면 좋겠다. 특별히 캐릭터에 대한 목마름도 없다. 작품을 할 때 ‘캐릭터를 어떻게 하지?’ 라는 소소한 혼자만의 고민들 빼고는 뭐 없다. 쭉 이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Q. 50대를 맞이하는 소감이 궁금하다
A. 싫지만은 않은 나이다. 돌이켜보건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좀 더 젊었다면 이런 것도 해봤을 텐데’ 하는 후회는 딱히 없다. 다만 내가 연기하는 날까지 몸과 마음을 다잡는 건 필요할 것 같다. 건강도 중요하지만 내 생활 습관이나 운동 패턴만은 지키려고 한다. 50대 추석이 다가왔는데 아마 무대 인사를 다닐 것 같다. 성묘나 벌초는 미리 했다.(웃음) 또 앞으로는 나라가 평온했으면 좋겠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좋은 뉴스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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