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이 코믹극으로 귀환했다. <이장과 군수> 이후 12년 만이다. 단순히 웃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묵직한 웃음과 감동까지 안겼다. 배우 차승원의 내공이 빛나는 111분이었다.
2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이계벽 감독, 배우 차승원, 엄채원, 박해준이 참석했다.
2003년 대구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을 소재로 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원)이 어색한 초보 부녀로 만나 예기치 못한 여정 속에서 솟아나는 핏줄 케미를 유쾌하게 다룬 힐링무비. 697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럭키>(2016)의 이계벽 감독과 2000년대 초반 한국 코미디계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차승원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차승원은 천진하고도 코믹한 모습으로 극을 이끌어나갔다. <신라의 달밤>(2001), <광복절특사>(2002), <선생 김봉두>(20003), <귀신이 산다>(2004), <이장과 군수>에 이르기까지 탄탄하게 쌓아온 코믹 내공이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여기에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 과거와 감동, 코 끝 찡해지는 눈물까지도 책임진다.
차승원은 “과거 코미디 장르 영화를 많이 촬영했을 때 외적인 변화를 많이 시도해봤다. 철수 캐릭터는 단조롭고 단순한, 약간 결핍이 있는 모습을 외적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이계벽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다. 그 결과 지금의 비주얼이 나왔다. 특별히 설정을 위한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12년 만에 코미디물로 귀환한 것에 대해 “<이장과 군수> 이후 12년 만에 코미디 장르를 시작했다. 그 사이 적당한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 내 마음이 크게 동요하지 않아 코미디를 안 했던 것도 있다. 다시 내가 좋아하는 장르로 돌아왔고 예전 코미디와 결이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또 나이가 들면서 나의 사고방식과 시선이 조금씩 변주하는데 이런 부분을 녹일 수 있는 코미디를 원했다. 실제 사건이 있기 때문에 이걸 코미디 장르로 풀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그럼에도 웃음과 따뜻함, 행복감이 있어 선택하게 됐고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백혈병을 앓는 샛별 역의 엄채영은 극중에서 차승원에 대등한 존재감을 뽐냈다. 차승원과의 조화를 통해 캐릭터 간의 유기적인 시너지를 빛나게 했다. 엄채영은 “머리를 밀어서 살짝 따끔하고 열이 나서 힘들었다. 실제로 아프지만 굳세게 버티고 있는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열심히 촬영했다”고 어른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자나 깨나 형 철수 걱정뿐인 동생 영수 역의 박해준은 “그동안 보여준 캐릭터와는 다르다”고운을 뗐다. 그는 앞서 <독전>, <악질경찰> 등을 통해 악랄하고 서늘한 이미지로 분했다. 이어 그는 “원래 동네에서 편안하게 다니는 모습이다. 지금 내 모습과 가장 가까운 모습인데, 앞으로도 이런 편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계벽 감독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루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이 감독은 “정말 조심스러웠다. 실제 사고를 겪은 소방관 및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화를 안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다시 뒤돌아갈 수 없었다. 최대한 그분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자세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인공 철수가 결핍보다는 사고 후유증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희화화하려고 하기 보다는 결핍을 가진 사람이 또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을 때의 자연스럽고 진솔함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럭키>에서 유해진과 호흡을 맞춘 데에 이어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차승원과 호흡을 맞춘 이계벽 감독은 두 배우에 대해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의 질문과 똑같은 것 같다. 차승원은 정말 많이 준비를 해오고 유해진 형님은 현장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정말 많다. 그 정도의 차이점이 있지 두 배우 모두 너무 좋고 따뜻한 배우들이다”고 애정을 보였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오는 9월 11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11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