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리뷰] ‘오락인가 교훈인가’ 밍숭맹숭한 '광대들'의 맛
[SF+리뷰] ‘오락인가 교훈인가’ 밍숭맹숭한 '광대들'의 맛
  • 이수민
  • 승인 2019.08.25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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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광대들' 공식 스틸컷
사진 = '광대들' 공식 스틸컷

웃기려다 말고, 교훈은 아주 잠깐 스쳐 간다. 뭔지는 알겠는데, 내내 어딘가 아쉬운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신선한 소재와 설정, 김주호 감독의 전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잇는 기대감이 되려 아쉬움을 남겼나. 영화 내 기이한 현상이라고 일컫는 ‘시각적 장치’라도 완성도를 좀 더 높였다면 이 정도의 밍숭맹숭함은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이하 <광대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 '광대들' 공식 스틸컷
사진 = '광대들' 공식 스틸컷

영화는 배우 조진웅, 고창석, 김슬기, 윤박, 김민석이 한 팀을 이룬 광대패와 ‘한명회’ 손현주, ‘세조’ 박희순을 주축으로 흘러간다. 초반에는 비교적 가벼운 웃음으로 영화를 맞이하게 된다. 각각의 포지션을 가진 광대들 5인의 재간이 각종 특수효과와 배경 등을 만나 유쾌하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사진 = '광대들' 공식 스틸컷
사진 = '광대들' 공식 스틸컷

세조 행차에 길을 막고 들어선 속리산 소나무에 밧줄을 걸어 들어 올리거나 거대한 보살을 만들어 금강산의 계곡들을 채우고 천지에 황홀한 꽃비를 내리게 한다. 트릭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대범해질수록 “이게 말이 돼?”라는 합리적 의심보다는 ‘더 말도 안 되는 장면’의 등장을 바라게 된다. 관람 도중 영화의 ‘허구성’을 의식하는 것이 썩 좋은 과정은 아니지만 <광대들>은 차라리 광대들이 만드는 ‘기이한 현상’에 더욱 무게를 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 그런 아쉬움이 들까. 앞서 말했듯 <광대들>의 소재와 상상력은 신선하다. 하지만 이것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기존의 것들을 그대로 답습한다. 진부해진다는 의미다. 같은 목적을 위해, 각각의 포지션을 가진 팀의 일원들이, 임무를 함께 수행하는 ‘과정’은 김주호 감독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영화에서도 무수하게 많이 그려졌다. 그 과정만을 두고 보자면 영화 <도둑들>, <감시자들>이 생각나기도 하며 <오션스>나 <나우 유 씨 미>가 떠오르기도 한다. 
  
여기서 <광대들>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은 과정만큼 결과를 ‘시각적인’ 화려함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조선시대’라는 특정한 배경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더 허무맹랑해도 좋으니 과거 인물들의 빠른 호흡과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확실한 판타지를 경험하고 싶었다는 것. 하지만 <광대들>에서 광대들의 활약은 생각보다 간결하며 호흡 또한 다른 작품에 비해 속도감을 가지지 않는다. 이 와중에 광대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와 연기력은 탁월하다.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밍숭맹숭한 맛만 느껴지니 아쉬움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 = '광대들' 공식 스틸컷
사진 = '광대들' 공식 스틸컷

광대들의 활약으로 채워지던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무거워진다. 초반의 소소한 웃음과 아쉬움은 남지만 뒷 전개에 기대를 걸었던 광대들의 활약이 후반부에는 비중마저 잃는다. 결국 재기발랄한 광대패의 코미디와 사극 정치싸움을 통한 교훈의 에피소드들이 잘 섞이지 않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수선함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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