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리뷰] 평범하기에 아름다운 '유열의 음악앨범'
[SF+리뷰] 평범하기에 아름다운 '유열의 음악앨범'
  • 이수민
  • 승인 2019.08.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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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열의 음악앨범' 공식 스틸컷
사진 = '유열의 음악앨범' 공식 스틸컷

싱겁고 평범한데, 어쩐지 눈을 뗄 수 없다. 무해한 서사에 청춘으로 대표되는 두 배우의 얼굴이 녹아들며 가장 이상적인 멜로를 완성한다. 여기에 아련한 감성을 끄집어내는 옛 음악은 덤이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1994년 제과점에서 시작된 풋풋한 두 남녀의 첫사랑은 2005년까지 이어진다. 영화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미수와 현우의 10년의 세월을 담으면서 청춘의 성장, 관계의 성숙, 배경의 변화를 함께 보여준다. 
 

 

사진 = '유열의 음악앨범' 공식 스틸컷
사진 = '유열의 음악앨범' 공식 스틸컷

서사의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단연 미수와 현우의 연애 이야기다. 지금보다 소통이 쉽지 않았던 시대에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어떤 엇갈림이 발생하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애틋했는지를 잘 담아냈다. 특히 두 배우의 특화된 ‘현실 연기’가 발휘되며 영화는 몰입감을 높여간다.  
     
연애담 속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은 ‘자존감’이다. 영화는 서로 엇갈리는 자존감의 지표를 하나하나 찍어가며 두 사람의 서사를 구축해간다. 현우가 미수의 제과점 문을 여는 첫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두 사람의 자존감 그래프가 시작되는 순간임과 동시에,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즉 현우는 가장 낮은 곳에서, 미수는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중간을 향해 가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미수의 일방적인 추락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영화 속 하락은 결코 ‘부정’만을 내포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의 자각과 극복, 대처의 방식들도 결국 또 다른 성장의 일부다. 내 자존감의 모양이 미수와 현우 중 누구와 더 닮아있는지에 따라 인상적인 순간, 혹은 대사들은 제각각 달라진다. 

사진 = '유열의 음악앨범' 공식 스틸컷
사진 = '유열의 음악앨범' 공식 스틸컷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열의 음악앨범>은 재밌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유를 꼽자면 즉각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극적인 소재 하나 없이도 영화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번을 곱씹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영화의 ‘무해함’과 ‘현실감’이다. 언젠가 한 번쯤은 겪어본 것 같은 장면들은 내내 마음을 간질이고 기억조작을 유발하며 내면의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보고나면 탈 없고 지쳐있던 마음을 씻겨주는 듯 개운한 느낌마저 선사받는다.
     
10년의 세월을 2시간 전개로 압축하면서 종종 개연성의 허술함도 발견되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영화의 빈틈은 상상력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수준이며 오히려 그편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여름의 끝자락,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줄 멜로 영화로 역할은 충분하지 않을까. 오는 8월28일 개봉. 러닝타임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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