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리뷰] '봉오동전투' 역사와 숲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SF+리뷰] '봉오동전투' 역사와 숲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 이수민
  • 승인 2019.07.31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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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쇼박스 제공
사진 = 쇼박스 제공

어제는 농사를 짓던 인물이 오늘은 독립군이 될 수 있어
  
영화 속 대사는 ‘무명의 독립군’과 ‘승리’를 기록하는 <봉오동 전투>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금까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한 영화가 피해와 지배, 굴욕의 모습으로 다뤄져 왔다면 <봉오동 전투>는 절망이 아닌 희망과 용기로 시대를 이야기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사진 = 쇼박스 제공
사진 = 쇼박스 제공

 원신연 감독의 신작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를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 감독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닌 무명의 독립군들 모두가 함께 일궈낸 승리의 역사에 단번에 매료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9일 <봉오동 전투> 언론시사회 현장에서 “일제강점기가 피해보다는 저항과 승리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 시작의 지점을 유심히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어떤 것보다 봉오동 골짜기까지 이끌어나가는 무명의 독립군들에게 집중해서 영화를 만들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사진 = 쇼박스 제공
사진 = 쇼박스 제공

과연 그럴만한 것이, 영화 중후반부 죽음의 골짜기에서 몰아치는 전투신은 <봉오동 전투>의 핵심 장면이다.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독립군 황해철 역의 유해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독립군들이 목숨을 담보로 달리고 달려 일본군을 유인, 고립시키고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은 보는 이마저 거친 숨을 내뱉게 만든다.

능선과 계곡, 지형적인 요소를 최고의 무기로 삼았다는 점도 시각적으로 신선한 흥미를 일으킨다. 땅의 굴곡과 경사를 이용한 방어, 사람의 움직임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질서 없는 나무와 각각 다른 높이감을 주는 수풀 등이 현실감 있는 앵글과 합쳐지며 진부할 수 있던 전투신들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참혹한 피의 현장과 대비되는 평화로운 푸른 하늘 또한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전반적인 지형과 숲의 형태를 상당히 다채롭고 풍부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영화는 차별성을 부여받는다. 실제로 봉오동의 지형과 유사한 곳을 찾기 위해 해외 로케이션만 15개월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는 제작진들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는 순간이다.  

사진 = 쇼박스 제공
사진 = 쇼박스 제공

쉽게 읽히는 서사와 과연 전투 블록버스터다운 화려한 전투신, 믿고 볼 수밖에 없는 세 배우의 카리스마는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단단하게 높인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는 것은 단조롭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이며, 단조로움은 어쩔 수 없는 지루함을 내포한다. 정직하게 영화 이름을 따라가는 막대한 전투신 분량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잔인함을 더하며 피로감을 누적시킨다. 하나의 사건에만 강하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발생한 허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감 있는 연출과 볼거리 많은 화려한 장면들은 극장에서 보기에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아픔으로 대표되던 역사와 물리적 배경이 되는 숲의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성실하게 담아낸 <봉오동 전투>. 개봉시기마저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하며 올 여름 또 하나의 대표 흥행작으로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한편 전쟁 영화인것을 감안해도 15세 이상 관람가 치고는 잔인함 수위가 상당 부분 높은 편. 영화는 오는 8월 7일 개봉하며 상영시간은 총 135분.
 

한줄평 이토록 제목에 충실할 수 없다. 봉오동과 전투신이 분량의 80%    
평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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