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갈망하는 청춘, 정은지
[인터뷰] 갈망하는 청춘, 정은지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07.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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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쉼 없이 달려왔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지속적인 활동을 향한 열망이자, 아직도 배울 게 많다는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다. 그런 정은지에게 스크린 데뷔는 ‘부족함’을 채워줄 좋은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한 단계 성장을 위해 뜨겁게 갈망하는 청춘, 머물러있지 않기에 더 아름다운 배우 정은지를 만났다. 
  
Editor 박주연 Photo ㈜스마일이엔티 ‧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은지, ‘이미지 변신을 외치다!
  
정은지는 영화 <0.0MHz>를 통해 스크린 데뷔에 성공했다. <0.0MHz>는 초자연 미스터리동아리 멤버들이 귀신을 부르는 주파수를 증명하기 위해 한 흉가를 찾은 후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다룬 호러 영호, 정은지는 극중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소희 역을 맡았다.
  
매사 서늘하고 말이 없는 소희는 그간 대중들이 봐 왔던, 익숙했던 정은지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정은지는 바로 이 지점 때문에 <0.0MHz>를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동안은 ‘외로워도 슬퍼도~’ 같은 캔디 캐릭터를 맡아왔다. 그래서 소희를 제안 받았을 때 감사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재미있게 봤던 터라 더욱 흔쾌히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호기롭게 작품을 선택했지만 그동안 맡았던 역할과 결이 달라 고민도 많았다고. 정은지는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영화 경험이 없는 풋내기기도 하고 무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처음이라 내 얼굴 표정에 예민해졌다. 귀신을 보고 겁에 질리는 경험 자체가 내겐 신기한 일이지만 연기가 끝나면 민망해지더라. ‘현타’(현자타임)이 왔다”고 멋쩍게 웃었다. 
일상의 연기와는 결이 달랐기에 촬영 내내 경계했던 부분도 있었다. 정은지는 “내가 표현하는 것들이 유치하거나 어리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깜짝 놀라는 연기나 소희의 중요한 테이크였던 빙의 신도 걱정이 많았다”며 “그래도 감독님이 내게 표현 방식을 많이 맡겨주셨고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하고 제의를 해주셨다. 리딩 때 열심히 준비해서 오는 배우들을 보며 자극도 얻었다. 좋은 사람을 많이 얻었다는 보람을 느꼈던 작품”이라고 전했다. 
  

연기돌’ 꼬리표를 대하는 정은지의 자세 
  
정은지는 <0.0MHz>와 소희라는 인물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은데 아이돌 출신이다 보니 해왔던 역할이 한정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소희라는 차분한 역할이 반가웠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하기 겁나는 역할을 앞으로도 해보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기돌’로서의 꼬리표에 대해서는 의외로덤덤했다.
  
“연기돌이기 때문에 중년이 돼도 불안함이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배우 정은지가 아닌 에이핑크의 정은지라고 부르지 않겠나. 물론 그 수식어를 떼어내고 싶은 마음도 없거니와, 수식어가 붙은 이상은 같이 활동 하고 계신 다른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위해서라도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연기돌’에 대한 시선이 유해졌다고는 하지만 배우들과 차별을 두는 시선은 여전하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모든 ‘연기돌’들이 부담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은지가 말했던 ‘차별’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묻자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정은지는 “아이돌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다르게 대우한다고 느낀 적은 없다. 다들 배우로서 존중해주신다. ‘여배우는 이런 거 하는 거 아냐~’ 라는 장난도 감사하고 그것 자체가 인정해주신 것 같아서 감개무량했다. 현장에서 내가 아이돌이구나, 라고 느꼈던 적은 작품이 끝나고 사인 씨디를 부탁했을 때 정도일까. 아, 팬들로부터 서포트가 들어올 때도 그렇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응칠때 겁 없었다연기 7년차 정은지의 뿌리
  
정은지 이름 석 자에 따라붙는 키워드들 중에 가장 커다란 존재감을 가진 타이틀이 아닐까. 배우로서 본격적인 활로를 열어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 말이다. 흥행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길을 잘 닦았고 <응답하라>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었던 긍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정은지는 <응칠>에 감사하면서도 “첫 발을 너무 잘 떼서 그 뒷발이 부담스러워지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은지는 “<응칠>은 내게 은혜 그 자체인 작품이다. 연기를 알고 재미를 느꼈고 배우 동료들도 알게 됐다. 내게는 한 단어로 표현되기에는 너무 큰 존재감이다.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터라 에이핑크 활동으로 중국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 내가 배우인 줄 알고 말을 거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겁이 많아졌지만 그 땐 정말 몰라서 머리부터 집어넣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드센 성시원이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배우들끼리 합을 맞추는 게 즐거웠고 짜릿했다. 지금까지도 연기는 계속 배워나가는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보컬 트레이너 등 노래와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꿈꿨는데 <응칠>로 인해 하고 싶은 리스트에 연기도 추가 됐다. 요즘에는 그저 나를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궤도에 올랐다는 칭찬도 해주시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 직업은 안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꾸준히 작품이 들어온다는 것 차제가 인정을 받고 안정을 찾기 기분이라, 음악과 연기는 계속해서 같이 가고 싶다.” 
 

 

일이 끊기는 것이 가장 불안하단다. 어떤 분야 상관없이 계속해서 갈망해 나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정은지는 “이 일은 지구력을 갖고 해나가야 안 끊어지고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다. 곡도 쓰고 있고 앨범도 내고 공연도 하고 작품도 하고 싶다. 쉬면 마음이 편치 않다. 데뷔 이후 길게 쉬어본 적이 거의 없다. ‘하늘바라기’라는 곡을 내기 전에 몇 달 정도 휴식기가 있었는데 그렇게 쉬고 싶어 했으면서 막상 쉬니까 마음껏 즐기지 못하겠더라. 일을 안 하면 허하고 우주의 먼지라도 된 기분이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아직은 20대, 누군가에게 기대고 투정을 부릴 수도 있는 나이지만 정은지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걸그룹 데뷔 9년차, 연기 경력 7년차라는 두터운 경력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신념이다. 열정과 갈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제 갈길을 나아가는 정은지. 그런 정은지라면 앞으로도 의심 없이 믿고 봐도 좋지 않을까. 

  
영화요대본이 들어온다면 계속 할 거예요연극뮤지컬도 너무 재미있고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피곤한 스타일인 것 같아요.(웃음
제가 정말 잘 하는 게 뭔지 찾을 때까지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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