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늘도 ‘산들’ 하세요
[인터뷰] 오늘도 ‘산들’ 하세요
  • 이수민
  • 승인 2019.07.19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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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이 3년 만에 ‘기분 좋은 날’로 돌아왔다. 은은하게 불어오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묻어두었던 작은 아픔까지도 치유 받는 기분이 든다. 섬세하게 침투하여 서서히 스며드는 감성은 산들만이 할 수 있는 위로의 방식이다. 늘 그렇듯 무해하고 싱그럽게, 그래서 언제 들어도 탈 없는 산들의 목소리를 직접 만나 듣고 왔다.
  
Editor 이수민 | Photo W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 산들과 윤종신, ‘감성 장인들의 만남 
  
비원에이포(B1A4) 멤버 산들의 두 번째 솔로 앨범 타이틀곡 ‘날씨 좋은 날’은 작곡가 윤종신이 산들을 위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로 기대감을 모았다. 슬픔으로 변해버린 지난 사랑의 기억들을 날씨 좋은 하늘에 털어내고자 하는 이야기로 산들 특유의 감성과 함께 청량하며 담담하게 표현했다. 
  
윤종신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 위로 산들의 감성이 합쳐지며 하나의 수채화 그림 같은 곡이 탄생했다. 곡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산들은 곡의 정체성에 대한 고충도 따랐다며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그는 “윤종신 작곡가님의 색이 워낙 짙다 보니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들어보시면 아시다시피 누가 들어도 윤종신 선배님의 곡이니까요. 어떻게 하면 내가 ‘나답게’ 이 노래를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했죠”라고 말했다. 
  
“윤종신 선배님이 직접 프로듀싱을 해주셨는데, 선배님도 그렇고 저도 발음이나 가사 전달력을 무척 신경 쓰는 편이에요. 저에게는 원래도 발음이 정확한 편이니 그냥 편안하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하나하나 신경을 쓰면서 같이 해나간 덕분에 결과적으로 잘 나온 것 같아요. 선배님도 좋아하셨고요. 좋다는 표현을 계속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윤종신과의 작업이 성사된 건 산들의 적극적인 의견 때문이었다고. 오래전부터 그의 음악을 좋아했고 한 번쯤은 꼭 작업하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산들은 “이번에 꼭 윤종신 선배님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부터 선배님 노래들을 좋아했어요. 특히 이번 앨범은 힐링할 수 있는 곡이 타이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더더욱 욕심이 났죠. 그래서 회사를 통해 부탁드렸는데 사실 워낙 바쁘신 분이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바로 승낙해주셨죠. 그때는 약간 소름 돋았던 것 같아요. <라디오스타>의 효과인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대답을 받자마자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 산들 in 베를린 송캠프가 남긴 것 
  
산들은 지난 4월 이번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베를린을 방문했다. 마침 그 시기에 베를린에서 ‘송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적극 뛰어들어 송캠프를 즐겼다고. 산들은 그 사이에 탄생한 자작곡을 설명하며 당시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그는 “제가 원래부터 송캠프에 대한 로망이 컸어요. 마침 베를린에 있는 동안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참석을 해도 되겠냐고 물었죠. 사실 저는 캠프라기에 모닥불에 통기타를 치는 그런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상상과 현실은 달랐어요. 베를린 폐공항에 작업실을 들어갔어요. 사방이 하얀 공간이었죠. 해외 아티스트와 작곡가들이 모두 한 방에 들어가 하루 종일 곡만 쓰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이어 “무척 특별했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외국분들이라서 말도 안 통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영어를 길게 하지 않아도 다 의사소통이 되더라고요. 멜로디, 가사를 함께 쓰고 보여주면서 정말 즐겁게 작업을 했어요”라며 만족했다.
  
송캠프를 통해 탄생한 자작곡은 이번 앨범 2번 트랙에 수록되어있다. ‘이 사랑’을 한국에 와서 녹음하는데 의외의 상황도 있었다고. 그는 “베를린에서 작업을 해서 그랬을까요. ‘이 사랑’을 쓸 때 뭔가 베를린패치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그 도시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 이전까지 시도해본 적 없던 새로운 창법으로 곡을 불렀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는 순간 그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고요. 다시 한국패치가 된 거죠.(웃음)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그 느낌을 살려서 부르려고 노력했어요”라며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특별한 경험과 애정이 들어간 만큼 타이틀곡으로 선정하고 싶은 욕심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그런 생각으로 쓴 곡은 아니었어요. 그냥 좋아서 재밌게 썼어요. 분위기에 취해서 즐겁게 쓴 곡이라 타이틀 욕심은 전혀 없었죠. 2번 트랙에 들어간 걸로 충분히 행복해요”라며 웃었다.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 살다 보면 다 힘든 일이 있죠위기를 기회로 
  
산들의 마지막 트랙 ‘괜찮아요’를 살펴보면 어딘가 모를 깊은 슬픔이 묻어있다. 산들은 1년 전 찾아왔던 슬럼프를 떠올리며 그 당시의 감정을 담아냈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 놨다. 그는 “‘괜찮아요’는 1년 전에 만들어진 곡이에요. 그 당시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제 인생에는 굴곡이 없을 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 굴곡이 많더라고요”라며 덤덤하게 미소 지었다. 
이어 “그런데 한편으로 좋았던 게 사람이 너무 굴곡이 없으면 쓸 얘기도 없고 할 얘기도 없더라고요. 그런 일들이 있으니까 저도 모르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어요. 표현하고 창조해야 하는 가수의 입장으로서는 좋았던 거죠”라며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그 당시 가이드로 주제가 잡혀있었고 따뜻한 곡을 쓰고 싶었어요. 괜찮지 않은 날이었는데 제가 위로를 받기보다는 위로를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를 토닥이고 싶기도 했고 이렇게 힘들 때 다른 사람들도 위로가 될 수 있는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괜찮아요’란 곡은 제일 괜찮지 않을 때 탄생하게 된 거죠.”
  
곡을 쓰고 나서 위로가 좀 되었냐는 물음에는 “실제로 마음 정리가 많이 됐어요. 곡을 쓰고 보니까 제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다 들어있더라고요.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위로할 때 확실히 조심스럽게 말해야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데 노래는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라며 신중한 대답을 이어갔다.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힘들다 보니까 괜한 오지랖이 생기더라고요내 주변인이 더욱 안 힘들었으면 좋겠고 그냥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그런 마음을 위로하는 게 제가 하는 음악의 힘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산들은 자신의 보컬 강점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의외로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약간의 고민 후 “어렵네요”라며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저는 제 목소리 자체를 신경 쓰기보다는 가사와 분위기에 맞춰서 소리를 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곡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느끼실 것 같아요. ‘아 이것도 산들이 부른 거네?’ 같은 반응도 있죠. 제 포커스는 그 노래의 전체적인 분위기, 가사 느낌을 최대한 잘 전달하는 것이에요. 목소리는 저라는 베이스가 이미 있으니까. 그 곡이 더 중심이 되어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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