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 진화의 변곡점
박형식, 진화의 변곡점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9.06.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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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식, 매거진 스타포커스 6월호 커버스토리 장식
군 입대 전 작품 '배심원들'로 관객들 찾아

 

박형식의 앳된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영역이 점자 확장되는 것을 지켜본다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가요 무대를 시작으로 예능, 드라마, 뮤지컬 그리고 스크린까지. 박형식은 ‘성장과 진화’라는 키워드에 걸맞은 행보를 스스로 만들어왔다. 첫 상업영화 데뷔이자 군 입대라는 또 하나의 변곡점 끝에 와 있는 박형식. 이날 누구보다 뜨거웠던 그의 A-Z를 기록했다. 

 

Editor 박주연 | Photo UAA · CGV 아트하우스

 

 

인터뷰에서 만난 박형식은 시종일관 유쾌했다. 두 옥타브 가량 올라간 하이톤 음성과 인터뷰 룸을 뜨겁게 달구는 텐션 때문에 ‘목소리를 아끼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재진의 걱정 어린 조언을 들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박형식에게 ‘적당히’란 없었다.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고 1시간가량 취재진과 정신없이 섞여들었다.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본다는 마음으로 <배심원들>을 향해 내달렸다던 그의 열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 7년 만에 이뤄진 박형식의 ‘영화 판타지’ 

SBS <바보엄마>(2012)로 연기 데뷔를 한 후 약 7년 만에 이룬 쾌거다. 박형식은 영화 <배심원들>을 통해 데뷔 첫 상업영화 주연으로 관객을 만났다. JTBC <힘쎈여자 도봉순>(2017) 촬영 당시 배우 전석호로부터 영화에 대한 판타지를 잔뜩 얻게 됐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스크린 진출에 막연한 기대를 걸진 않았다. 
박형식은 “내가 아직 영화를 못 찍는 건 사람들이 나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를 열심히 하던 중 드디어 기회가 넘어온 것”이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온갖 기대 속에 처음으로 접한 영화 현장은 박형식에게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는 “배우들 간의 호흡을 끌어올리며 촬영하는 재미를 알려줬다. 다들 이래서 ‘영화~영화~ 하는 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상속자들>, <힘쎈여자 도봉순> 등 드라마에서 탄탄하게 경력을 쌓았기에 단번에 ‘원톱 주연’의 영화를 욕심낼 수 있지 않았을까. 박형식은 취재진의 질문에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그는 “<배심원들> 내용 자체가 재미있었다. 영화를 통해 배심원제도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극중 배심원들의 성격 또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군상이라 좋았다. 게다가 첫 영화에 이렇게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 앞으로도 이런 작품은 하기 힘들 것 같아서 꼭 하고 싶었다”고 지대한 애정을 보였다. 

 

◇ 박형식, 끊어낼 수 없는 ‘아기병사’와의 연결고리 

박형식은 <배심원들>에서 질문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았다. 유별난 성격으로 배심원들 사이에서도 눈엣가시가 되지만 결정적으로 배심원들을 의기투합하게 만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홍승완 감독은 MBC <진짜 사나이> 속 아기병사와 같은 순수함을 박형식에게 원했다. ‘박형식에게서 남우와 같은 순수함 봤다’는 후일담은 이 영화 제작기를 담은 책 『영화 제작자의 소소한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배심원 제도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는데요.’ 라는 게 내 첫 대사였다. 그걸 스물일곱 테이크를 찍었다. 처음에는 ‘멘붕’에 빠졌다. 나 때문에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 같아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감독님은 ‘아무런 준비 없이, 편하게’를 주문하시는데 도통 모르겠더라.(웃음)  최선의 방법으로 최고의 표현을 연구해서 바로 보여줘야 했던 드라마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뭘 안 하는 게 어렵더라. 그러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촬영장에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알게 됐다. 영화를 찍으면서 무조건 내 식대로 준비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박형식은 스스로를 권남우처럼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얼굴에 화상 자국을 보여주며 어릴 적 호기심 때문에 크게 다쳤던 일화를 열정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안 해본 경험, 안 먹어본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그렇기에 <진짜 사나이>에서도 설정 없이 뛰어들 수 있었다고. 이는 홍 감독이 원하는 권남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다. 관련해 박형식은 “그런데 <진짜 사나이>로부터도 시간이 꽤 지나서 처음엔 뭘 원하시는지 모르겠더라. 그럴 거면 좀 더 일찍 불러주시지”라고 장난스럽게 너스레를 떨어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 “아이돌 경력 부정하고 싶지 않아”…박형식의 소신

박형식은 아이돌 출신이라면 한 번쯤은 걸려 넘어지고 마는 ‘연기력 논란’을 잘 피해간 케이스다. “내가 인기가 없어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라고 겸손하게 대답했지만 그 안에는 남다른 고충과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연기에 대해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뛰어들었던 데뷔작 <바보엄마> 당시를 회상하며 얼굴 빨개져 도망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현장을 겪은 후에야 ‘적어도 감독님이 뭘 원하는지, 내가 왜 이 대사를 해야 하는지는 알고 촬영장에 가야하는구나’를 깨닫게 됐다고.

“<바보엄마> 이후 독학으로 연기해서 도전한 게 KBS2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시리우스>였다. 감독님이 다른 걸 요구하셨을 때 소통이 되니까 답답함이 해소가 되더라. <시리우스>로 칭찬도 듣게 됐고 자신감도 찾았다. 그런데 미니시리즈로 입성하면서 스케일이 또 한 번 커졌다. 멋모르고 덤비던 때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베테랑 선생님을 만나 개인 연기 레슨을 받아 오고 있다. 먼저 손 내미는 버릇이 생길까봐 지금은 최대한 티칭을 받지 않고 내 한계를 체험하고 부딪히려고 하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을 자양분 삼아 이제는 어엿한 배우가 됐다. 요즘 대중들에게 어쩌면 제국의아이들 박형식의 잔상은 흐려지고 있을 터. 그럼에도 박형식은 아이돌로서 활동했던 순간들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돌이었던 때를 부정하면 지난 내 7년이 허무할 것 같다. 그 생활을 하면서 더 행복했고 더욱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다. 가수였기 때문에 연기하는 사람들 보다 배로 노력해야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이돌 꼬리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내가 보여줘야 할 때지, 듣기 싫다고 할 위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국의아이들 같은 멤버로서 뜻을 함께 했던 임시완과는 여전히 동병상련을 겪는 소중한 동료로 함께 하고 있다고. 인터뷰 전 날에도 임시완을 만났다고 밝힌 박형식은 “이렇게 술 한 잔 함께 기울이는 게 요즘엔 힐링이 된다. 아무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막연한 목표나 목적에 대해 얘기를 하기도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흔한 남자들끼리의 대화다. 뜬구름 잡는 얘기들일지 몰라도 그게 또 하나의 목표가 되더라”라며 웃었다. 

 

◇ ‘잠시만 안녕!’ 군 입대, 그리고 박형식의 내일

<배심원들>로 상업 영화의 첫 포문을 열었지만 오는 6월 10일, 아쉽게도 박형식은 군 입대라는 큰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됐다. 박형식이 자원입대하는 곳은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헌병대로 <진짜 사나이> 당시 인연을 맺은 곳이다. 

박형식은 “방송 당시 여러 군대를 경험해보니 어디든 힘들더라”며 “기왕이면 제가 재밌었던 곳에 자원하자 싶었다. 수방사는 제가 사격을 잘한다고 ‘스나이퍼 박’이라 불러주셨던 곳”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기병사’에 대한 기대가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엔 “막상 가면 몸이 기억을 할 순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기억이 없다”며 “혹시 모르더라도 솔직하게 얘기하는 스타일이라 걱정 없다”고 밝게 웃었다. 

“입대 후 군인으로 지내면서는 이병 박형식으로서 나다운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일에 대한 생각 없이 ‘내가 나일 땐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 곳에서의 사람들과 ‘넌 뭐 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대화를 나누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박형식은 제대 후에 대한 계획이 아직은 까마득하다고 말한다. 군 복무 후에도 좋은 작품이 주어진다면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아직 도전하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 역할에 대해서도 양껏 욕심을 드러냈다. 박형식은 “SF, 누아르 장르를 좋아해서 작은 역할이라도 시켜만 주시면 감사하겠다. 순수한 얼굴인데 알고 보니 행동대장 같은 반전 캐릭터도 좋다. 아, 청춘물도 좋겠다. 영화 <스물>을 찍은 배우들이 부럽더라. 나열하다보니 전부 다 하고 싶다. 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첫 상업 영화 주연이요?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기다가도 불안해져요. 
지금은 관객들에게도 제가 느꼈던 좋은 기운이 전해져서 
모두들 기분 좋게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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