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벤허'의 두 앙상블, 박종배 최도진을 만나다
[인터뷰] 뮤지컬 '벤허'의 두 앙상블, 박종배 최도진을 만나다
  • 이수민
  • 승인 2019.06.11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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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관람했던 뮤지컬이 있는가? 잠시 그 순간을 떠올려보자. 화려한 조명과 의상, 가슴을 파고드는 음악과 생생한 연기는 어떤 영화보다 깊숙하게, 어떤 라이브공연보다 뜨겁게 차오른다. 공연이 끝난 후 우리 가슴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주연배우의 하이라이트 무대일 수도 있고 화려한 의상과 세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장면에는 언제나 앙상블 배우들이 함께한다. 

앙상블은 배경이 되었다가 이야기가 되고때로는 인물이 되었다가 음악이 되어 흐른다.그들의 움직임이 장면 사이사이로 촘촘하게 채워질 때, 비로소 무대는 완벽해진다. 가장 튀지는 않지만 매 순간을 완벽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모든 흐름을 이끌어 가는 진정한 영광의 얼굴들, 뮤지컬 <벤허>의 앙상블 배우 박종배, 최도진을 만나 좀 더 생생한 앙상블의 세계를 들어보고 왔다.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배우 박종배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배우 박종배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배우 박종배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배우 최도진

Q. 두 분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박종배  2009년 <한여름 밤의 악몽>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10년째 쭉 뮤지컬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연기가 좋아서 연극으로 시작을 했는데 연기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껴서 춤과 노래를 모두 할 수 있는 뮤지컬로 오게 됐어요.  

최도진 2012년에 데뷔해서 대학로에서 <화랑>이란 작품을 2년 가까이 했었어요. 처음에는 연극으로 시작을 했죠. 이렇게 대극장에서 뮤지컬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그 당시 안무 감독님이 오디션을 제안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죠. 

Q. 뮤지컬 앙상블 오디션은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요?

최도진 작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벤허>도 그렇고 보통 오디션 현장에서 바로 안무를 알려줘요. 그럼 그 자리에서 바로 안무를 습득하고, 이해하고, 제 방식대로 표현해야 되죠. 그 모든 과정들과 마지막의 완성도까지 포함해서 평가에 들어가게 돼요. 노래 같은 경우에는 미리 곡을 지정해 주는 편이고요.   

Q. 앙상블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들을 도맡아서 하나요?
    
박종배 보통 앙상블은 지정된 이름이 있는 배역이 아니에요. 장면마다 메인 배우들로 부족한 배역을 여러 부분 맡게 되죠. 역할마다 이미지, 목소리 톤, 신체적 능력이 맞는 배우들이 들어가게 되고 연출 감독님이나 무술 감독님의 판단으로 정해지게 돼요. 모든 것을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웃음)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배우 박종배
사진 = 양언의 기자 

Q. 이번 뮤지컬 <벤허>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장면을 꼽아 줄 수 있나요?
     
박종배 싱어의 노래가 없이 오로지 춤으로만 이루어지는 장면이 있어요. 2막 오프닝이죠. 대본에는 ‘남자 무이들이 춤을 춘다’ 딱 한 줄이 적혀있어요. 17명의 남자 배우들이 나와 전부 상의를 탈의하고 칼군무를 맞추게 돼요. 워낙 많은 인원이 안무를 맞춰야 하기에 혹독한 연습량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밸리 댄스나 웨이브 같은 스타일로 시작하다가 점점 칼군무가 되는 흐름이죠. 6분 안에 정말 다양한 퍼포먼스가 숨어있어요.
     
최도진 그 장면이 충격적이란 반응이 있더라고요. 저 역시 정말 센세이션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관객들이 보고 나면 “내가 뮤지컬을 보러왔는데 이런 장면을 본다고?”하는 생각이 들을 수도 있어요. 그 시대를 풍자하는 느낌이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섹시한 느낌도 있죠. 

Q. 조화가 중요한 앙상블이지만그래도 그 안에서 나를 드러내는 방법은 따로 있나요
     
박종배 앙상블에서 가장 빛나는 방식은 맞추어진 정확한 동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군무를 하는 부분에서 일부로 튀게 하는 건 옳지 않죠. 같이 연습을 한 대로 명확하고 정확하게 소화해 내는 게 가장 바람직한 자세에요. 정말 확실하게 동작을 한다면 다 같아 보이는 칼군무 속에서도 알아 봐주실 분들은 다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기본기와 정석의 동작을 바탕으로 탄탄하게 수행하는 게 가장 나를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배우 박종배
사진 = 양언의 기자

Q. 매일 공연을 소화해야 되는데체력관리가 중요하겠어요따로 관리하는 방법이 있나요
     
박종배 연습하는 과정이 체력을 기르는 방법이죠.(웃음) 안무하는 시간이나 연습량이 실제로 굉장히 많아요. 보통 10주 정도 연습 기간을 거치는데 초반 2주는 하루 8시간씩 안무 연습을 하고 이후에는 하루 12시간씩 연습을 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력이 길러지는 것 같아요. 
     
최도진 그렇다 보니 딴짓을 안 하는 게 최고예요.(웃음) 연습할 때는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입맛이 없어도 먹을 땐 확실히 먹어야죠. 잘 수 있을 때 푹 자고요. 연습시간을 제외하고 쉴 수 있을 때 푹 쉬는 게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이에요. 
     
Q. 공연 중간 중간 대기시간에 앙상블들은 보통 무엇을 하고 있나요
     
최도진박종배 공연하는 걸 보고 있거나, 통로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아님 보통 옆에서 대기를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대기시간이 길지 않거든요. 무대 뒤는 생각보다 훨씬 더 전쟁터에요. 특성상 역할 변환이 많으니까 의상이나 메이크업을 그때그때 바꿔야 하는데 인원은 많고 소품도 다르고 시간은 적죠. 계속 뛰어다녀야 하고 그러려면 무대 뒤 배우들의 동선도 무척 중요해요.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철저하게 대비를 하고 준비를 해야지 아무도 안 다치고 잘 끝낼 수 있어요.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배우 박종배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무대는 약속의 예술이에요. 무대 위뿐만 아니라 무대 뒤편에서도 모두의 약속과 신뢰로 움직이게 되니까요.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현장은 위험하기도 하고 치열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의 호흡과 약속, 신뢰가 무척 중요해요.”

Q. 두 분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무엇인가요?
    
박종배 일단 제 생각은요, 앙상블이 탄탄하면 어떤 무대든 다 좋아요. 앙상블의 퀄리티가 곧 공연의 퀄리티라고 생각하거든요. 메인 배우 혼자 잘한다고 전체 공연이 잘 흘러가지 않아요. 그런 만큼 앙상블의 퀄리티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죠. 잘된 작품은 곧 흥행 성적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앙상블 역시 엄청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해요. 주어진 안무나 연기, 모든 과정에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배우가 좋은 배우인 것 같아요. 내가 부족하면 끝까지 매달려서 채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동료들이 부족한 것 같으면 같이 끌어서 만들어야 하고요.  
     
최도진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공연을 하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나로 하여금 관객이 장면 속 상황을 실제인 것처럼 믿어지게 하는 순간이거든요. 연기와 기술적인 움직임이 모두 균형 있게 전해져야 확실한 흡입력을 가지게 되죠. 그러려면 결국 연습과 책임감이에요. 나 하쯤은 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모든 게 깨지게 되죠.
     
Q. 아이돌 가수의 뮤지컬 활동어떻게 보고 계세요? 
     
최도진박종배 사실 초반에는 부정적인 마음도 있었죠. 바로 주연으로 합류됨으로써, 저희가 올라갈 수 있는 자리 하나가 없어진 거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에는 어느 정도 인정을 해요. 실력 좋은 분들도 점점 많아지고 사실 상업예술이다 보니까 티켓파워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 공생관계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경험으로 합류한 분들이 정말 갈수록 진지하게 정말 열심히 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그런 것들을 보면 사실 기분은 좋아요. 그 친구를 보러 뮤지컬을 보러온 분들이 “공연 참 재밌었다”라고 만족하신다면 결국 모두에게 잘 된 일이잖아요. 저희도 함께 기분이 좋죠. 

다만 반대의 상황은 우려돼요. 타 스케줄이 있다 한들 책임감 있게 하지 않고 대충하게 되면 뮤지컬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도 티가 나거든요. 그 분으로 하여금 관객들이 공연 자체에 실망을 하고 돌아가면 저희로서는 억울하게 되는 거니까. 그런 상황은 안 만들어지도록 해야겠죠.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배우 박종배
사진 = 양언의 기자

Q. 앙상블이라는 직업에 대해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최도진 외국에서는 앙상블 배우와 메인배우가 아예 다른 직업이에요. 서로 잘할 수 있는 게 다른 영역이라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런 인식은 적은 것 같아요. ‘메인이 되고 싶은데 못 된 배우’ 라는 인식이 많은 게 현실이죠. 사실 작품 안에서 정말 메인을 못 해서 앙상블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맡은 부분을 잘 하고 있고, 저희들의 활동 자체로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박종배 앙상블 중에서도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 많아요. 다양한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기회가 적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뮤지컬 <뉴시즈>같은 경우에는 앙상블 개개인의 역량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에요. 그런 식의 매력적인 작품도 분명 많은데 아쉽게 아직까지는 국내에는 많지 않죠. 폭넓게 기회와 작품이 주어지고 사람들의 앙상블 배우들을 보는 시야가 조금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최도진박종배 7월 30일부터 뮤지컬 <벤허>가 시작됩니다. 초연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더 어려워 졌다는 것?(웃음) 저희가 어려워진 만큼 정말 기대하셔도 좋아요. 비록 소재는 해외 소재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직접 우리만의 감성을 가지고, 고민하고, 만든 작품이니까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창작, 연출, 안무, 음악, 배우 모두 최고 수준으로 잘 짜여 있어요.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릴 수 있어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 배우 박종배
<벤허> 공식 포스터 

뮤지컬 <벤허> (제작 ㈜뉴컨텐츠컴퍼니, 연출 왕용범)는 루 월러스(Lew Wallace)가 1880년 발표해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유다 벤허’라는 한 남성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를 완성도 높게 담아낸 작품이다. 

【INFO】 
일시 2019.07.30.~2019.10.13.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관람시간 1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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