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웃픈 '기생충', 무엇을 기대하든 상상 그 이상
[리뷰] 웃픈 '기생충', 무엇을 기대하든 상상 그 이상
  • 박주연
  • 승인 2019.05.3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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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에는 직접적인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만인은 평등하다.’ 
  
누구나 아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하지만 이 기본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용될 수 없음 또한 우리는 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계급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부조리에 그런 대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이런 현실에 맞물려 결코 같은 선상에 설 수 없는 두 가족의 빈부격차를 통렬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그려낸다. 

 

삶의 시름이나 고통과는 먼 부유한 박 사장(이선균)의 가족, 생계와 생존에 전전긍긍하는 전원 백수 기택(송강호)의 가족. 이들은 ‘4인 식구’라는 공통점 외에, 접점이라곤 찾아볼 수조차 없다. 

기택의 네 가족은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반 지하 방에서 몸을 맞대고 옹기종기 살아간다.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노상방뇨와 음식물 쓰레기 악취를 걱정하며 부업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계를 잇는, 위태로운 삶의 연속이다. 모진 풍파를 겪은 만큼 뻔뻔하고 영악하기도 하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가 박사장 네 고액 아르바이트를 덜컥 따낼 수 있었던 것 역시 부끄러움을 모르는 두꺼운 낯짝이 있기에 가능했다. 상식과 존엄의 가치보다는 생존이 급급했기에, 기택의 가족들은 편승하고 기생하는 삶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살아온 셈이다. 


  

하지만 기생하는 삶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기생충>은 두 개의 상반된 공간을 통해 이를 가른다. 기택의 반 지하 집에서 출발해 박사장 네 언덕 위에 집에 이르는 이 수직 구조는 곧 두 가족의 사회적 위치를 대변한다. 기우가 면접을 보러 가는 동안 오르는 계단들, 다시 가족이 있는 반지하 집으로 도달하기 위해 내려가는 계단들은 단순한 공간 개념을 떠나 현대사회의 수직적 질서에 대한 메타포 기능을 수행한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낙하와 수직의 이미지는 영화 속 베일에 가려진 ‘또 다른 계단’이라는 특수한 공간으로 이어지며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그간 봉준호 감독은 현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왔다. <설국열차>에서는 부와 권력에 따라 서열화 된 우리 시대 계급 문제를 그렸고 <옥자>에서는 공장식 축산 시대 속에 고통 받는 동물들의 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그런 면에서 <기생충>도 기존 봉준호 감독의 색깔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 보인다. 다만 자본에 대해 다룬 앞선 두 영화 보다는 현실과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 덕에 스타일은 진일보했고, 주제의식은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봉테일’ 답게, 치밀한 연출과 미쟝센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간적 대비가 강한 작품인 만큼 집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각각의 장면들이 시종일관 관객을 사로잡는다. 때로는 실없는 웃음을, 때로는 긴장감을 바짝 끌어올리는 서스펜스를 선사하며 몰입감을 내내 유지해나간다. 전작에 비해 ‘상징성’을 벗어나보고자 했다던 봉준호 감독은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중심으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를 이어나간다. 예측 불가한, 상상 그 이상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131분이 ‘순삭’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줄평: 사전 정보가 없을수록 즐거운 영화 ! '봉준호'가 '봉준호'했다 
평   점: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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