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과 기생 사이'… '기생충', 봉준호라 가능한 이야기
'공생과 기생 사이'… '기생충', 봉준호라 가능한 이야기
  • 박주연
  • 승인 2019.05.2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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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기생충' 28일 언론배급시사회로 국내 첫선
칸 황금종려상 소식에 역대급 취재진, 관계자 운집
봉준호 감독 "칸은 과거... 韓 관객들 반응 궁금하고 기대 돼"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 공생과 기생의 경계를 이토록 위트 있게 그려낼 작품이 또 있을까. 칸 황금종려상이라는 화려하고도 무거운 타이틀을 달고도 영화 <기생충>은 상상 이상의 충격과 임팩트를 안겼다. 가히 봉준호 감독이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28일 서울 용산CGV에서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사진=바른손이엔이
사진=바른손이엔에이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빈틈없이 설계된 연출과 미쟝센으로 ‘봉테일’로 불렸던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통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삶과 밀접하게 맞닿은 작품을 그려냈다. 부유하고 가난한 두 가족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일명 ‘웃픈’ 가족 희비극을 담아냈고 실없이 터지는 웃음과 긴장을 유발하는 서스펜스를 오가며 극 속에서 다양한 장르적 변주를 시도했다. 

 

사진=양언의 기자

봉준호 감독은 “2013년 <설국열차> 후반 작업 때 스토리라인을 완성했다. <설국열차>도 결국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 아닌가. ‘일상과 가깝고 우리 현실에 가까운 그 이야기를 가족들 중심으로 펼쳐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발전시켰다”며 <기생충>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이어 “가난한 4인 가족, 부자 4인 가족이 기구한 인연, 기묘한 인연으로 뒤섞이는 이야기를 그리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들을 사실적이고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봉 감독은 “서로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존엄에 대한 부분을 건드리는 영화다. 이걸 어느 정도 선까지 지키냐에 따라 기생이냐, 상생․공생이냐 갈라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배우들 또한 <기생충>에 합류한 감격스러운 소회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원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은 송강호는 “<기생충>은 장르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혼합 같은, 변주된 느낌이 강하다. 배우들 모두 이런 이야기를 처음 접했고 그런 낯섦이 두려우면서도 신기했다. 이것을 어떻게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참신한 영화의 진행이 그런 두려움을 많이 상쇄시켰고 가족들과의 앙상블을 통해 자연스럽게 잘 체득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IT기업의 CEO 박사장 역을 맡은 이선균은 “감독님이 설계를 너무 잘 해 주셔서 편하게 호흡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존경하는 감독님, 선배님과 연기하는 첫 날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 신인 배우로 돌아갔을 때처럼 기분 좋은 떨림을 가졌다. 첫 날 촬영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박사장네 순진하고 심플한 사모님 연교 역을 맡은 조여정은 “연교는 돌아가는 모든 상황을 모르는 채로 본인의 전업주부로서의 일에만 집중하는 인물이다. 기택 가족을 대할 때 모든 것을 깨끗하게 비우고 저 가족들이 하는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됐기 때문에 오히려 가볍게 생각할 수 있었다. 다른 역할 할 때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해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즐겁게 촬영했다”고 만족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기택의 아들, 딸인 기우와 기정 역을 각각 맡은 최우식과 박소담도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최우식은 “송강호-장혜진 선배님의 아들, 소담이의 오빠로서 가족의 일원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전했고 박소담은 “기정이의 대사를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입에 잘 붙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내 말로 만들어 연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내 말을 내 목소리로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전원백수 가족의 아내이자 엄마인 충숙 역을 맡은 장혜진은 “이렇게 큰 작품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처음”이라고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어 “어느 하나 신나지 않은 장면이 없었고 소중하지 않은 장면이 없었다. 무엇보다 촬영 현장에서 충숙의 두툼한 턱살을 사랑해 주셨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훈훈한 소감을 덧붙였다. 

<기생충>은 30일 국내에서 정식 개봉한다. 칸에서 들려온 기분 좋은 소식 덕에 그 어느 때보다 일반 관객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집중된 때다. 봉 감독 또한 “칸은 이미 과거가 됐다”며 “이제 진짜 관객 분들을 만날 때가 왔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봉 감독은 “티켓을 사서 와주신 관객분들 틈바구니에서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들으면서 같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실지 궁금해진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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