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 누구 가능할까, 문소리의 무게감
[인터뷰] 그 누구 가능할까, 문소리의 무게감
  • 박주연
  • 승인 2019.05.1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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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개봉 영화 '배심원들'에서 판사 김준겸으로 분해
실감나는 연기 위해 법 관련 서적 통달부터 실제 판사와 만남까지
"앞으로도 재미있는 일 하고 싶다" 굳건한 소신
사진=CGV아트하우스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배심원들>은 영화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뤘다. 국내 첫 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최초로 재구성 했다는 것, 그리고 여성이 판사로 등장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것. 기존 상업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어쩌면 파격적인 시도다. 성평등과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 전반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영화계의 의미 있는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자리에 배우 문소리가 들어서며 대체 불가한 무게감을 완성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사진=CGV아트하우스

◉ 문소리표 ‘판사 김준겸’ 어떻게 탄생했나 
  
<배심원들> 개봉 직전 스타포커스와 만난 문소리는 여성 판사 김준겸 캐릭터에 대해 “멋지게 보이려고 했다. 물론 그 ‘멋짐’은 내가 멋을 부린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고 운을 뗐다. 
  
문소리는 “첫 등장부터 카리스마 있게 등장할 수도 있었지만 김준겸은 일상복 차림으로 처음 모습을 보였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재판이지만 이 사람에게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재판 그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라며 “권위 있는 사람이 고개를 숙일 때 훨씬 멋져 보일 수 있는 것처럼, 김준겸 만의 카리스마에 대해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였다. 문소리표 김준겸은 ‘조용한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애써 권위를 드러내지 않아도 무표정, 높낮이 없는 말투가 절로 긴장감을 높였다. 자신의 신념을 중요시하지만 그렇다고 고집부리지 않는 유연함 또한 카리스마를 더욱 배가시켰다. 문소리라는 배우의 무게감에 딱 걸맞은 인물이 탄생된 셈이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문소리는 “판사마다 문체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영화와 상관없는 판결문들을 찾아보고 읽어보고 익숙해지려고 했다. 김영란 전 대법원장이 집필한 책을 구입해서 ‘지금부터 법에 대해 공부해보겠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법조계 뉴스들도 대부분 읽고 준비했다”고 전했다. 또한 실제 판사들을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며 사적인 얘기들도 나누며 그들의 삶을 이해해나갔다고. 

그는 “그분들도 각자 가진 사연은 달랐다. 근데도 공통점이 있다면 무언가 많이 읽으시더라. 아마도 다른 세계, 다른 이야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닐까도 싶었다. 그래서 나 또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너무 읽어 대서 나중에는 시력이 안 좋아지더라”며 웃었다. 
  
“판사라고 해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고 그러면서도 각자 다르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김준겸은 문소리에서 출발해서 접근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판사도 결국 다 같은 인간 아니냐. 권위를 가진 만큼 무거운 짐들도 많을 것이다. 형사재판을 선고하고 양형이 많은 경우에는 돌아가서도 심리적으로 힘든 순간들이 많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보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구나’ 싶다. 이들도 인간으로서 고충이 크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일이 곧 삶”…문소리를 지탱하는 것
  
<배심원들>을 준비하는 동안 문소리와 문준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듯 보였다. 일 중독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문소리는 “이 일이 여전히 재미있다.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재미있는 걸 찾다보니 이런 저런 일들을 벌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얘기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다른 노는 것보다 재미있다”고 애정을 보였다. 

문소리가 말하는 재미있는 것엔 '영화'만 포함된 게 아니다. 영화로부터 촉발된 다양한 창작 활동들이다. 그렇다보니 연극, 연출, 기획 등 문소리의 활동 영역엔 제한이 없다. 오는 가을께엔 2016년 연극 <빛의 제국>으로 인연을 맺었던 국립극단 프랑스 연출자 아르튀르 노지시엘과 또 다시 의기투합해 연극 무대에 설 예정이다. 

<여배우는 오늘도>(2017)로 영화 연출에 뛰어들었던 그는 앞으로 풀어내고 싶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때, 감독으로도 나서보겠다고 말한다.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전천후 영화인 그 자체다. 
  
경력이 두터운 여성배우로서, 또 숱한 후배 여배우들이 손꼽는 롤모델로서 어떤 책임감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주변에서 얘기들을 듣다보니 요즘엔 좀 느껴진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는데 미리 결정짓고 플랜을 짜서 살아갈 수는 없다. 지금까지처럼 공부하고 재미있는 걸 찾아다니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사진=CGV아트하우스

“작품을 통해 영향을 받고 좋은 작품으로부터 위안을 받는 것 같다. 그때의 행복감도 제일 크다. 뭔가 버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스스로 재미있는 걸 찾아서 가고 싶다. 버티려는 마음이 드는 순간 발전이 없지 않을까. ‘이 자리에서 버텨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한지도 꽤 됐다. 재미있는 것들은 너무 많지 않나. 어떤 이들의 귀감이 되기 위해서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문소리는 새로운 걸 찾아나서는 원동력을 ‘작품에 대한 애정’이라고 말한다. 그 대답에는 망설임이나 흔들림도 없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동료들이 생겼고, 일 때문에 만났지만 이제는 친구가 된 사람들도 많다. 나에게는 일하는 게 곧 노는 거다. 작품에 대해서 회의하는 거나, 만나서 영화 얘기 하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 <여배우는 오늘도> 당시에도 굿즈 비닐 포장하면서 같이 맥주 한 잔씩 했다. 그런 게 재미있지 않나. 그런 친구들과 자극이 되는 작품들이 내 원동력이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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