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김미연PD "'방구석1열'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단독 인터뷰] 김미연PD "'방구석1열' 이렇게 오래 할 줄은…"
  • 김주영 기자
  • 승인 2020.11.0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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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부터 변영주 감독, 분야별 패널까지... 맛깔스러운 인문학 수다의 장
상업영화 이외에도 사회, 여성, 예술, 인권, 경제 등 주제의 다양성 중점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영화를 다루는 가장 진화한 형식의 예능이 아닐까. JTBC <방구석 1열>은 ‘아는 영화 모르는 이야기’라는 프로그램 기획의도 아래 다양한 영화를 소개해왔다. 구작을 재해석하는 즐거움, 인문학 토크가 주는 흥미로움은 <방구석 1열>의 가장 큰 미덕이다. 시청자들 마음 속 양식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김미연 PD를 만나 나 홀로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즐기고픈 <방구석 1열>의 매력 A-Z를 파헤쳤다. 
  
◉ 본격적인 수다의 장, <방구석 1열>의 매력
  
“이렇게 길게 갈 줄 몰랐죠.” <방구석 1열> 1주년 특집 녹화가 끝난 후 만난 김미연 PD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영화와 인문학의 만남이라는 차별화로 숱한 영화 소개 프로그램 사이에서 낭중지추 존재감을 선보였던 <방구석 1열>. 2018년 5월4일 첫 방송 이래로 <방구석 1열>은 고전명작, 독립영화, 사회·인권·여성·경제 등 인문학 토크로 확장 가능한 작품들을 소개했고 예술가 및 감독 특집까지 틀에 갇히지 않고 매주 화수분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사진=JTBC 제공
사진=JTBC 제공

패널 간의 유기적인 조합과 시너지도 <방구석 1열>의 즐길거리다. 터줏대감MC 윤종신과 장성규, 잠시 하차했지만 여전히 프로그램의 정신적 지주인 변영주 감독, 반 고정 출연으로 토크의 질과 양을 높여주는 민규동 감독, 장유정 감독, 주성철 씨네21편집장, 개그우먼 장도연 그리고 매주 새롭게 참석하는 분야별 전문가들은 이 수다의 장을 한층 풍성하게 완성한다. 이들 대화엔 논쟁도, 정답도 없다.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질문하며 세계를 확장해나간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덧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패널들 사이에 녹아든다. 안방에서 제작진, 패널이 선사하는 영화 그 너머의 세상을 즐기는 것, 이는 <방구석 1열>이 부리는 특별한 마법이다. 
  

사진=양언의 기자
사진=양언의 기자

 

◉ 뻔하지 않고 ‘펀’(Fun)하게! 롱런의 비결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방구석 1열>은 1주년 특집으로 2주에 걸쳐 각각 인권과 경제를 다룬 영화 4편을 ‘띵작매치’로 선정했다. 해외 촬영 등 다방면으로 기획을 고려했지만 가장 <방구석 1열> 다운 모습으로 스튜디오 녹화를 마친 것. 너무 거시적인 주제가 아닐까 제작진의 고민도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이슈라는 점에서 시의 적절한 선택이었다. 모두가 아는 상업영화를 벗어나 영화의 다양성에 집중하는 과감함 또한 시청자들이 <방구석 1열>을 사랑하는 이유다. 

Q. 1주년 특집이 진행하셨던데 후일담이 궁금합니다 
A. 해외 촬영 등 여러 가지 계획은 많았는데 최종적으로 불발 돼서 스튜디오 녹화를 진행했어요. 인권과 경제에 대한 주제라 걱정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변영주 감독님이 나와 주셔서 이참에 어려운 주제를 다뤄보자는 마음도 있었고요. 인권하면 변 감독님이잖아요.(웃음) 변 감독님도 경제 영화를 다룰 땐 질문도 하시고 많이 배우고 가신 것 같더라고요. 단순히 얘기만 듣는 게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 배우고 틀린 의견을 고쳐주는 과정들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비(非)전문가가 가진 잘못된 상식을 마음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도요. 틀리더라도 대화 속에서 바로 잡아가는 게 중요하니까요. 

 

사진=김미연PD가 공개한 첫 방송 녹화 현장 사진.
사진=김미연PD가 공개한 녹화 현장 사진. 준비가 한창이다.
사진=김미연PD가 공개한 첫 방송 녹화 현장 사진.
사진=김미연PD가 공개한 첫 방송 녹화 현장 사진.

Q. 어느덧 첫 방송 후 1년이 넘었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사실 이렇게 길게 이어올 줄 몰랐어요. 감히 한국영화 시장을 논할 수는 없겠지만 작년 초에는 정권교체 영향도 있었고 영화 시장이 활발했어요. 그래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영화들을 다뤄보자는 욕심이 있었고 그렇다면 시즌제로 진행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죠. 그 때까지만 해도 구작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확실치 않았는데 예상 외로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1년을 버텼죠. 역시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 마음속에 남는구나, 깨달았고요. 다시 보고 싶은데 막상 손이 가지 않는 영화들을 <방구석 1열>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 쌓여온 고정 시청층이 있기에 무사히 1년을 넘긴 것 같고요. 
  
Q. 기획, 편집을 할 때 주안점이 있다면요?
A. 해당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나 줄거리를 다루는 건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 문화 등 영화의 한 부분에 몰입하는 편이에요. 화두를 찾아내는 포인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아는 얘기는 재미없지 않나요?
  

사진= 김미연PD가 공개한 박찬욱 감독 특집 녹화 현장 사진
사진= 김미연PD가 공개한 박찬욱 감독 특집 녹화 현장 사진

Q. 영화 두 작품의 연결고리나 포인트를 찾아내는 게 말처럼 쉽진 않잖아요 
A. 배급사, 제작사의 허락만 받고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만 감독님 사전 인터뷰를 꼭 하는 이유기도 해요.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다루고 싶다’고 말씀 드리면 대부분 알아듣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시거든요. 영화 홍보할 땐 마케팅 구미에 맞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못 했던 말씀들도 해주시고요. <괴물> 특집 때 봉준호 감독님도 <기생충> 촬영 전이라 응해주셨고, 박찬욱 감독 특집 땐 감독님이 런던에 계셨을 때라 정서경 작가님, 류성희 미술감독님 등이 대신 함께 해주셨죠. 그 연이 닿아 박찬욱 감독님을 직접 모시고 또 한 번 특집을 할 수 있었던 케이스고요. 감독님들은 기본적으로 본인 작품들에 애정이 있으셔서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시려고 해요. 
  
Q. 그동안 다뤄온 주제들만 봐도 영화의 다양성에 고심한 티가 나요
A. 경제에 대해 꼭 다루고 싶었는데 1주년 특집을 통해 한을 풀었죠. 앞으로는 패션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보고 싶어요. 오드리 햅번으로 유명세를 탄 브랜드 지방시나 샤넬, 에르메스 등도요. 특히 샤넬은 페미니즘 역사도 갖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매칭이 쉽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데이비드 보위나 비틀즈 영화를 통해 '글램룩' 에 대해 살짝 다뤄볼까 구상도 하고 있고요. 역사적으로 영향을 준 배우들의 패션을 다루면서 현직 모델들과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어요. 영화가 재밌고 완성도가 있고 복식도 화려하고, 3박자가 맞아야 시청자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텐데 그걸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려요. 
  
Q. <방구석 1열>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이길 바라나요? 
A. 충분히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영화를 좋아해서 시작한 프로그램이고 <방구석 1열>을 보며 좋은 평가를 남겨주시는 게 제게는 ‘국민예능’ 타이틀보다 더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걸 인식해주고 사랑해주시는 시청자들에게 너무나 감사해요. 앞으로도 몰랐던, 만나고 싶었던 영화들을 이야기할 거고 발로 뛰며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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