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 돈 주고 보고 싶은 무대
'슈퍼밴드' 돈 주고 보고 싶은 무대
  • 이수민 기자
  • 승인 2019.04.30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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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J ENM 제공
사진 = CJ ENM 제공

오디션인가내한공연인가
  
JTBC <슈퍼밴드>를 보고나면 수준 높은 공연 한 편을 본 듯한 긴 감동과 여운이 남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깜박 잊을 만큼 곳곳에서 상당한 몰입도를 이끌어내기 때문. 수많은 경연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슈퍼밴드>는 확실히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사진 =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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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슈퍼밴드>는 음악천재들의 글로벌 밴드 결성 프로젝트. 최소한의 제한만이 존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으로 음악천재들의 성장기를 함께 담는다. <슈퍼밴드>는 밴드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록 밴드’같은 특정 장르를 만들지 않으며, 최종 우승팀의 인원수를 제한하지 않는다. 참가자들이 음악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날 수 있는 ‘판’이야 말로 <슈퍼밴드>의 진정한 역할. 
  
지난 26일 방송된 <슈퍼밴드>에는 조원상 팀과 하현상 팀, 홍이삭 팀과 케빈오 팀의 첫 1대1 팀 대결이 진행됐다. 16개 팀 중 단 4팀이 무대를 선보였을 뿐이지만, 이 4팀의 무대에서도 음악 팬들은 물론 프로듀서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적 시도가 넘쳐났다. 
  
우선 첫 팀이었던 조원상 팀은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초유의 보컬 없는 연주 무대를 선보였다. 기타 3인과 베이스 1인이 꾸민 ‘기타 콰르텟’이 첫 무대부터 등장하자 모두 기대 반 우려 반이었지만, 이들은 현란한 핑거링을 자랑하며 기타 연주만으로도 꽉 찬 밴드의 사운드로 탄성을 자아냈다. 
  
두 번째 팀인 하현상 팀에서도 일반적인 밴드와는 완전히 다른, 클래식 주자들과 보컬, 루프스테이션이라는 파격적인 구성이 등장했다. ‘소리를 쌓는’ 음향기계인 루프스테이션은 무대 위에 3인의 멤버들만이 있었음에도 풍성한 사운드를 극대화했고, 프런트맨 하현상은 보컬과 기타, 건반을 오가며 ‘전천후’ 활용도를 보였다. 여러 도구를 선보이느라 바쁜 와중에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끌어간 이들의 무대는 실험성 면에서 단연 빛났다.
  
홍이삭 팀에서는 희귀함과 유용성을 모두 갖춰 많은 이들이 탐냈던 퍼커셔니스트 정솔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타악기의 소리와 아코디언 이자원, 피아노 이나우의 서정성이 합쳐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자연주의 밴드'가 탄생했다. 일반적으로 밴드 음악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록 스피릿과는 전혀 결이 다른 밴드 또한 존재할 수 있음을 일깨웠다.
  
마지막으로 케빈오 팀은 드럼, 기타 겸 보컬, 베이스라는 최소한의 구성만으로도 강렬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면서, Owl city 의 'fireflies' 원곡과는 사뭇 다른 편곡으로 싱어송라이터 프런트맨의 새로운 경지를 보였다. 

사진 =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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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무대가 이토록 특별한 이유는 천부적인 실력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부터 나오는 ‘애정’과 ‘창의성’에 있다. 출연자들은 이미 아마추어 이상의 실력자들이며 그런 이들에게 경연이나 1위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뮤지션들과 재미있는 음악을 함께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여타 오디션프로그램과 뚜렷하게 다른 결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의 세션이 아닌 한 명의 독립된 뮤지션으로, 혹은 솔로리스트가 아닌 협업하여 ‘밴드’로서 만들어내는 특별한 조합은 이들로부터 음악적 결핍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최상의 시너지를 뽑아낸다. 과거 비슷한 포맷의 KBS <탑밴드>는 이미 결성된 아마추어 밴드를 띄우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슈퍼밴드>는 노래를 포함하여 개개인의 기타, 드럼, 피아노부터 첼로, 바이올린 각종 타악기 등 악기와 악기 연주자에 초점을 맞춘다. 
  
음악적 장르의 폭이 넓고 새롭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클래식부터 미디어까지, 역사를 아우르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밴드’라는 한 가지 목표로 모이게 된다. 첼로 선율 위에 루프스테이션, 타악기와 아코디언이 만드는 밴드음악 등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조합은 신선한 무대와 감동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과 무대를 담아내는 제작진들의 연출력도 빛을 발한다. 경연프로그램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출연자 간 갈등과 대립구도는 <슈퍼밴드>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그 시간에 출연자들의 무대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무대마다 거의 풀영상에 가까운 분량으로 채워 넣는다. 각별하게 신경 쓴 티가 나는 무대배경과 악의적인 편집 없이 진행되는 심사평들이 무대의 집중도를 더욱 고조시킨다. 덕분에 한 회당 100분 남짓 하는 시간이 지루하지도, 산만하지도 적절한 호흡으로 흘러간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슈퍼밴드>에서는 각 지원자가 마음에 맞는 사람과 만나 얼마든지 색다른 포맷의 밴드를 만들 수도 있다”며 “주류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퓨전 양식의 탄생”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 했던 밴드의 매력과 심사위원 김종완(넬)의 말처럼 ‘돈 주고 보고 싶을 만큼 훌륭한 무대’를 갖춘 <슈퍼밴드>는 그 자체로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매주 금요일 밤을 책임질 감동의 무대들이 남은 9화 동안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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