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휴지 챙기세요"…'어벤져스:엔드게임' 전율의 피날레
[리뷰] "휴지 챙기세요"…'어벤져스:엔드게임' 전율의 피날레
  • 박주연
  • 승인 2019.04.25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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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22편 영화의 집대성이 될 것’이라던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의 말이 들어맞았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MCU 히어로들에 대한 예우를 지키는 동시에 팬들을 위한 헌정작으로 진정한 ‘피날레’의 의미를 지켰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등 MCU의 원년 멤버들의 성장과 변화의 주목했고 지난 10년, 22편에 걸친 이들의 역사를 되짚는다. 또한 MCU의 세계관을 종결짓고 흩뿌려진 ‘떡밥’들을 회수하며 앞으로 MCU를 이끌어 갈 새 주역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강의 적 타노스(조슈 브롤린)의 손가락 튕기기 한 번으로 지구 인구 절반이 사라진 후,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그 절망의 시대를 살아내는 히어로들의 태도를 면밀하게 조망한다. 아이언맨(로버트 타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헐크(마크 러팔로), 토르(크리스 햄스워스),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등 타노스와의 혈투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해 자책하고 분노하는 과정에만 약 1시간의 러닝타임을 할애한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의 포문을 연 호크아이(제레미 레너)의 에피소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가족을 잃은 호크아이의 스토리를 통해, 1년 전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에서 모두가 경험했던 강렬한 상실의 정서를 또 한 번 환기시키는 것. 그렇다고 약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절망적 스토리가 꼭 쓸쓸하거나 정적으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캐릭터를 앞세운 유머와 담백한 말장난, 센스로 계속해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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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과 패배감, 체념이 지배하던 나날이 ‘모든 걸 다시 돌이킬 수도 있다’는 희망과 만나는 순간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5년 간 양자 세계에 갇혀 있던 앤트맨(폴 러드)이 나타나 양자물리학을 이용해 과거로 이동, 타노스 보다 먼저 인피니티 스톤을 되찾자는 의견을 건네는 것. 
  
과거로의 여행은 곧 MCU 역사로의 여행이다. 행선지는 2012년 뉴욕, 2013년 아스가르드, 2014년 모라그 행성 등이다. 오랜 팬이라면 알겠지만 이 시공간들은 <어벤져스>(2012), <토르: 다크 월드>(201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다. 각자의 위치에서 분투했던 곳으로 돌아온 히어로들은 자신의 과거 혹은 사랑했던 사람들과 조우한다. 히어로들을 향한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장치라 해도 과하지 않다.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저마다의 마블의 여정을 되짚는 관객들도 있을 터. 코끝이 찡해지는 지점이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여행의 끝은 타노스와의 혈투에서 방점을 찍는다. 길고 길었던 싸움을 통해 그간 히어로들은 성장했고 상처 입었으며 결국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질긴 싸움의 마침표를 찍는 이가 긴 여정을 지나온 ‘원년 멤버’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도 의미 깊다. 여성과 흑인 등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있던 이들을 극의 중심으로 불러 ‘세대교체’를 암시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꼰대들뿐이잖아. 젊은 피가 필요해”라는 아이언맨의 극 초반 대사도 MCU의 세 시대를 겨냥한 셈이다. 
  
볼거리 면에서도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관객을 압도한다. MCU의 영화 속에 나왔던 히어로들이 집단지성을 이용해 타노스와 맞서한 장면은 팬들을 향한 헌정 그 자체다. 해피 호건(존 파브르)이나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턴) 등의 깜짝 등장도 팬서비스 일환으로 보인다. MCU의 역사를 응축한 듯한 마지막 대사 “어벤져스, 어셈블! (Avengers, assemble!)” 에 담긴 의미도 강렬하다. 
  
히어로 각자의 소신을 지키고, 후대에게 그 자리를 물려준다는 점에서 이들의 퇴장은 명예롭다. 끝에 다다라서는 가슴 벅찬 감격과 밀려오는 슬픔을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4월24일 개봉. 러닝타임 18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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