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삶을 연기하는 배우, '하나뿐인 내편' 박성훈
[인터뷰] 삶을 연기하는 배우, '하나뿐인 내편' 박성훈
  • 이수민 기자
  • 승인 2019.04.05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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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양언의 기자
사진 = 양언의 기자

마침내 그가 활짝 웃었다. 오랜 연극으로 다져진 경험, 연기를 향한 집념, 끊임없는 고민으로 채워진 하루들이 쌓여 박성훈의 오늘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오늘은 누구보다 빛나며 아름답다. 쉬는 날에도 자연스럽게 대본을 읽고 또 읽는다는 그에겐 연기가 ‘삶’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날의 그를 만들어 준 수많은 작품들과 열정으로 들끓던 시간, 자연스레 굳어진 신념들까지. 박성훈의 연기 인생을 함께 걸어보았다.            

신사동 한 카페에서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 장고래 역을 맡아 ‘국민 사윗감’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큰 사랑을 받은 배우 박성훈을 만났다. 
     
박성훈은 지난해 영화 <곤지암>, KBS2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MBN <리치맨>등 연이은 작품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연말에는 ‘2018 KBS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누구보다 남부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이어 올해 전국 주말의 안방극장을 책임졌던 화제의 드라마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이 49%대의 시청률로 막을 내리면서 누구보다 행복한 날들을 만끽하고 있다.
 

Q. <하나뿐인 내편>의 종영소감 부탁드려요

- 50%에 육박하는 드라마에 출연하게 돼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좋은 선배님들과 작가, 감독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가는 시간이었던것 같아요. 대선배님들이 처음부터 후배들이 마음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서 편안한 분위기로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전 작품들과 달리 긴 호흡의 드라마가 끝났는데 
     
- 보통 미니시리즈는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을 많이 해요. 이번에는 8개월 정도의 촬영기간으로 무척 길었죠. 오랜 시간 함께 하다보니까 실제 가족이 된 것 같더라고요. 헤어지려니까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았죠.  
     
Q. 장고래와 실제 박성훈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나요
     
저는 나름 싱크로율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간혹 주변에서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고래가 정말 효자잖아요. 저희 어머님도 드라마를 열심히 보셨는데 ‘고래가 고래엄마한테 하는 거의 반만큼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표현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기억나는 댓글 반응이 있나요
     
- 댓글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확인을 했어요. 그중에 ‘장고래로 이름 개명해라’는 글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이름이 흔하다 보니까 검색 창에 이름을 치면 34명 정도 나오더라고요.(웃음) 어릴 때부터 제 이름을 기억 못하시고 재차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임팩트가 없어서 배우생활을 하면서도 이름을 바꿔야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이제 고래로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캐릭터 득을 좀 보고 있는 것 같아요. 
     
Q. 2008년 데뷔를 해서 2018년에 <곤지암>으로 첫 주연을 맡았어요, 10년이란 시간이 어땠나요?
     
- 10년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어요. 처음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대학로에서 활동을 하기 전까지 쉬었던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는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곧 대학로(연극)에 설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연기를 함으로써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며 사는 것 같아요. 공백과 고민의 날들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에 더 감사할 수 있는 것 같고요.  
     
Q. 첫 주연인 만큼 <곤지암>이 애틋할 것 같은데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나요
    
- 주연으로 참여했던 배우들의 거의 신인이었어요.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게 사실 쉽지가 않거든요. <곤지암> 이후로 동료배우들을 포함해서 저 역시도 활발하게 작품을 하게 됐어요. 어쩌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촬영현장이 정말 치열했어요. 배우들이 다 같이 직접 촬영을 했고 따로 준비하고, 연습하고 하는 과정에서 정말 열정적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만큼 끈끈해 지기도 했죠. 예상보다 결과도 좋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Q. 연극으로 배우데뷔를 했고지금까지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연극과 방송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 것 같나요
     
- 연기를 한다는 본질, 행위 자체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에서 보여 지는 게 다르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게 기술적으로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죠. 그 점을 인지하고 각각 다르게 표현해내는 재미가 있어요.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Q. 연극을 사랑하는 게 눈에 보여요배우 박성훈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 인가요
     
- 제가 나이가 들어서도 연극무대는 꾸준히 오르고 싶어요. 연극 무대를 서는 것 자체로 주기적으로 해갈 되는 부분이 있지만, 사실 연극은 연습과 준비과정이 굉장히 소중해요. 매일같이 모여서 몸을 부딪치고, 함께 땀 흘리고, 끝나고 술 한 잔 기울이는 과정이 무척 애틋하죠. 그런 시간들이 쌓여 무대가 완성되는 거라서 애정이 쌓일 수밖에 없어요. 그 과정을 통해 배우로서 굉장히 성장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주변 배우들에게도 무대에 한번 서보라는 추천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Q. 연기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고3 입시일 때 막연하게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문득 연극영화과에 관심이 생겨 지원하게 됐죠. 처음 입시학원을 갔을 때는 꿈에 대한 정리가 덜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 워크샵 공연 때 주인공으로 발탁돼서 얼떨결에 연극 무대에 올랐는데 처음에는 ‘쟤가 뭘 하겠어’라고 느껴지는 시선을 받았어요. 극의 중후반부로 갈수록 집중해서 봐주는 에너지가 느껴지면서 마지막에 박수를 받는데 그때 성취감과 희열을 느꼈어요. 그 경험을 겪으면서 확실하게 꿈이 정리되고 연기에 대한 결심이 확고해진 것 같아요. 
     
Q. 내가 연기하기 정말 잘했다는 순간이 있었다면
     
- 제가 많은 연극을 했지만 그중 유독 특별하게 생각하는 작품이 있어요. <프라이드>라는 작품인데 그 작품이 동성애를 소재로 다뤄요.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죠. 그 안에서 성소수자 역할을 맡게 됐고, 개인적으로 편지를 많이 받았어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힘든 시기를 겪는 분들이 많았죠.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도 계셨고요. 그분들이 이 작품을 만나 위로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 공연을 해주어서 고맙다’는 편지를 받고 저 역시도 큰 위로를 받았어요. 그때 ‘아 이걸 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연기인생에서 무척 뿌듯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Q. 성소수자를 연기하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요

- 사실 제가 성소수자를 <프라이드>, <두결한장> 연극을 통해 두 번 연기했었어요. 작품을 만나기 전에는 여러 환경적인 문제로 성소수자 분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연기생활을 하면서 그런 부분들에 일부로 부딪쳐 보려고 했었죠. 사람을 이해하는 그릇이 넓어져야 연기 폭도 깊고 넓어지니까요. 
     
Q. 마침 기회를 잡으신 거네요
    
그렇죠. 제가 이해도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참에 동성애를 다루는 작품을 만나게 됐고, 성소수자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러면서 제 사고가 참 편협했구나 깨달았죠. 나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무엇인가요 
     
- 최근에 로맨틱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대로 장르물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제가 평소에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 것 같아요.(웃음) 평소에는 장난기도 있고 재밌는 걸 좋아해요.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Q. 배우로서의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인 것 같아요?
     
- 저는 예민해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워낙 예민하다보니까 한 가지 고민을 물고 늘어지면서 종종 잠을 설쳐요. 그런 고민의 시간들이 쌓여서 연기에 반영된다고 생각하면 장점이겠지만, 반대로 잠을 못자서 힘든 상태로 현장에 나가면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단점이기도 하죠. 성격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참 고민이에요. 
 

Q. 출연하고 싶은 예능은 있나요?  
  
- 제가 근 2년째 말하고 있는 예능이 있어요. 맛집을 좋아하고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수요미식회>에 기회가 된다면 무척 나가고 싶어요. 매일 말하는데 연락이 잘 안 닿나봐요.(웃음) 개인적으로 맛집 리스트도 있어요. <수요미식회>는 웃겨야 한다는 강박 없이 솔직하게 사견을 말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즐기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쉴 때는 주로 뭘 해요
     
- 저는 개인적으로 워커홀릭인것 같아요. 쉴 때도 일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인 취미가 없어서 아쉽기도 한데, 영화나 공연을 보기도 하고 기왕이면 책보다는 대본을 한 번 더 보는 편이에요. 주로 쉴 때 만나는 사람들도 배우동료들이에요. 연기를 하면서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 그럴 때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그거 외에는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는게 좋아요.  
     
Q. 박성훈의 소확행이 있다면?  
    
- 촬영을 마치고 집에 와 그날 찍은 화면을 모니터하면서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것, 그러고 다음 대본을 보는 게 행복해요. 
     
Q. 진짜 워커홀릭이시네요
     
그런가요?(웃음) 병적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조금은 자신을 놔줄 필요도 있는데 계속 보다보면 각성이 돼서 잠이 안 와요. 그래도 그 순간이 스트레스는 아니에요. 굉장히 즐기는 시간이죠. 잠을 못 자서 다음날 힘든 것만 빼면요. 
 

Q. 올해의 목표로 잡은 게 있나요 
     
- 음,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어떤 역할로 등장을 했을 때 평소에도 저럴 것 같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할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배반하는 역할과 작품을 만나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끝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세요 
     
- 일단 <수요미식회>에 대한 언급을 꺼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웃음) <하나뿐인 내편>이후 요 며칠 다니다보니까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기고, 고래로 봐주시는 분들도 생겨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제 곧 또 다른 작품에서 인사를 드릴 텐데, 그때도 저를 잊지 않고 많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취재 이수민 기자 starfocus7@naver.com | 사진 양언의 기자 | 장소 카페보나파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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